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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시적관점 Aug 25. 2023

한 건의 접촉 사고와 두 개의 마음

무엇이 옳은 걸까

수요일, 그러니까 8월 23일에 회사로 출근하던 길이었다. 신호 대기 중이었고 초록불이 되기만을 바라며 앞을 보고 있었다. 그 순간에 정말이지 쾅 소리와 함께 내 몸이 앞으로 훅 쏠렸다 뒤로 다시 젖혀졌다. 이게 뭘까 너무 당황스럽고 심장이 마구 뛰었다. 작은 일에도 요동치는 심장을 가진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 3초간 앞을 보다 혹시 내가 들이받힌 건가 싶어 차문을 열어보았다. 짐작대로였다. 검은 색 차량이 멈춰 있었다. 내 차와 그 차에게 경적을 울리며 뒤에 있던 차들이 지나가고, 검은 색 차량의 차주가 내려 내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브레이크를 밟으려던 게... 라고 얼버무렸던 것으로 보아 아마 브레이크를 밟으려다 액셀을 밟은 것이리라.  지금은 그렇게 납득이 되지만, 그 때는 내 손이 벌벌 떨리고 너무 경황이 없었다. 아 네, 하고는 어디서 주워 들은 건 있어 내 차 범퍼에 상대 차량의 번호판 양쪽에 달린 그 뭐냐 그게 강하게 찍힌 자국과 번호판이 옅게 찍힌 자국을 사진으로 남겼다. 다시 차에 타 글러브박스에 있는 책자의 보험사에 전화를 했는데 내 차 번호로 보험이 가입이 안되어있단다. 신랑에게 전화해보니 그 보험사가 아니란다. 보험사에 전화를 걸어보니 뒤에서 차가 박은 거라 백프로 상대 과실로 될 것이며, 혹시 다른 얘길 하거든 그 때 다시 전화를 주란다. 어쩐지 내 편이 없는데 잘 대응할 수 있을까 무서운 마음이 들었지만 알겠다고 했다. 가해 차량 차주가 보험을 불렀고 보험설계사??는 뒤에서 박은 것이기 때문에 ~ 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가해 차량 책임으로 해결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마무리를 하고 회사를 나와 일을 했다. 

 

일하는 내내 어깨가 조금 뻐근한 느낌이 들었다. 저릿한 것도 같았다. 신랑은 신속히 병원에 가보라며 나를 재촉했고, 처음 사고를 당한 입장에서 나도 무서운 부분이 있었기에 그 날 오후 조퇴를 하고 한의원을 찾아갔다. 침을 맞고 나니 조금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그 날 이후 크게 평소와 다르지 않은 몸 상태인 현재 상황이다. 그렇지만 신랑은 한의원을 더 가라고 수차례 얘기했고 나는 별로 아프지 않다며 가지 않았다. 


 사실 신랑은 내가 사고난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무언가를 잔뜩 벼른 사람처럼 내게 병원을 갈 것을 신신당부했었다. 신랑이 이러는 이유를 알고 있다. 내가 가해 차량으로써 낸 사고에서 피해 차량의 차주와 같이 탄 차주의 배우자 즉 두 분의 과거 행보 때문이었다. 사고가 난 것도 내가 당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나는 심지어 브레이크를 밟고 있던 상황에서 벌어진, 내 입장에서는 내가 당한 것보다도 훨씬 더 약한 경미한 접촉사고였다. 거리가 매우 가까웠고 애초에 멈춰 있던 상황에서 출근길에 눈이 아파 눈을 좀 감고 있던 상황에서 내 발에 힘이 풀리는 바람에 브레이크가 조금 풀려 차량이 전진을 했고, 앞차량과 부딪혀 난 사고였다. 그래 내 잘못이다. 알고 있다. 몇번이고 죄송하다고 사과 드렸고 보험 처리하며 잘 마무리될 줄 알았다. 


 하지만 상대방 두 어르신들은 그 경미한 사고로 1년 반을 합의를 해주지 않았다. 우리 차량의 보험 담당자는 해당되는 두 어르신들이 온갖 병원을 계속 다니고 있고, 통증을 호소하며 합의를 해주지 않는다고 고충을 토로하는 전화를 몇 번이나 했었다. 진짜로 병이 나서 그랬을 수도 있다. 정확히 모르면서 나쁘게 생각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1년 반이나 병원을 다녀야 할만큼의 부상일 수가 없던 사고였기에 너무도 억울하고 적당히 좀 하지 하는 야속한 마음이 들었다. 신랑도 많이 속상해 하면서도 나를 위로해주었다. 


  신랑은 그 전까지 젊은 사람이 오토바이를 타다 우리 차를 뒤에서 박았을 때도, 어떤 남성차주가 차를 약하게 박았을 때도 이해하고 그냥 가라며 넘어가주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신랑이 겪은 최근 접촉사고가 그의 가치관을 뒤집은 것 같았다. 주차장에서 차를 주차하고 있었고, 차를 좀 비뚤게 대서 차를 다시 앞으로 전진시키고 있었는데, 그새를 못 참고 뒤에서 기다리던 차주가 바로 직진을 하는 바람에 벌어진 사고였다. 두 차량의 보험사 모두 뒤 차가 잘못이라고 얘기를 했지만, 상대 차주가 억울하다며 이 사안을 경찰서에 신고하면서 얘기가 급속도로 다르게 전개되었다. 경찰은 신랑에게 입장을 전달하러 오라고 했지만 그는 직업적 특성으로 인해 자신의 입장을 경찰서에 가서 제대로 얘기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상대 차량의 과실이 40, 우리가 60인 것으로 결론이 나버렸다. 노부부와의 사고가 먼저였고, 신랑의 주차장 사고가 다음이었다. 그 때 신랑은 생각했던 것 같다. 아, 합리적으로 도덕적으로 살면 피해를 본다. 어떤 식으로든 물고 늘어져야 하고, 억울하다며 큰소리를 쳐야 한다. 라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신랑과 생각이 다른 게 문제라면 문제다. 나는 그 1년 반 동안 온갖 병원을 다니며 합의를 해준 두 노부부의 모습이 나에게 귀감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대신 반면교사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같은 부류의 사람이 되기 싫었다. 크게 부상을 입지 않았다면 그 정도 선에서 합리적으로 마무리를 짓고 싶다. 신랑은 이런 내게 그렇게 도덕적으로 살면 누가 알아주냐며 우리도 이제는 남들처럼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가 무엇인지 내 머릿 속으로 생각해보자면 남 생각 말고 나부터 챙기며 우리 가족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게끔 행동하자는 의미인 것 같다. 신랑의 생각을 존중한다. 부정할 수 없는 마음이다. 주변에서도 사고가 났다는 얘기에 걱정하시는 마음으로 꼭 병원을 가보라고 하시는 분도 계셨지만, 어떤 분은 자 이제 드러누워라든지 농담을 건넨 분도 있었고, 내게 어떻게 하면 보험금을 더 많이 탈 수 있는지 얘기해주는 분도 있었다. 다 내게 도움이 되라고 하신 얘기였고, 웃고 넘어갔지만 마음 한켠이 불편했다. 


 나는, 정직하게 떳떳하게 살고 싶다. 최대한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가운데서 행복을 갖고 싶다. 그게 설령 남들에게는 바보같아 보이고 뭐 챙길 줄 모르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말이다. 


이번 사고와 관련된 부분도 이제 슬슬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계속 마음이 무겁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지, 무엇이 맞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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