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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동문학가 강인석 Dec 15. 2018

다른 이름, 같은 음식 같은 나라

'강철비'에서 만나는 '깽깽이국수'와 '잔치국수'

2017년 겨울이 시작될 때쯤 개봉했던 영화 ‘강철비(2017, 양우석 감독)’는 긴장과 화해의 두 줄 타기를 하는 남북 분단 상황 속에서 총격전과 핵전쟁 상황이 긴박하게 이어지는 영화이다. 이런 영화 속에도 ‘음식’이 등장한다. 그리고 제법 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햄버거와 소고기 

아버지의 서로 다른 사랑 표현    


영화 속에는 이름이 같은 두 명의 아버지가 등장한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와 은퇴한 북한 요원 엄철우(정우성). 영화를 끌고 가는 두 명의 아버지들에게 가족들이 있다. 엄철우에게는 여덟 살 된 딸과 아내, 곽철우에게는 열세 살 딸과 열 살 아들과 이혼한 아내가 있다. 남북을 대표하는 두 사람에게 가족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지켜야 할 소중한 존재다. 엄철우는 가족의 안전과 생계를 위해 목숨 건 임무를 부여받았고, 곽철우도 전쟁 위기 속에서 “내가 애가 둘인데 장난치게 생겼어?”라고 한다. 

아버지는 모두 자녀가 행복해하는 음식을 준다. 햄버거이든, 소고기이든.. 그게 아버지의 사랑법이다.

두 사람이 가족들을 위하는 모습 속에 음식이 등장한다. 오랜만에 만난 두 자녀에게 곽철우는 햄버거에 아이스크림까지 사준다. “엄마는 패스트푸드 못 먹게 해.”라고 하는 아들의 말을 듣지만, 그가 떨어져 사는 두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는 햄버거를 사주는 것이다. 엄철우는 특수 임무를 받고 생긴 돈으로 소고기를 사서 딸에게 구워준다.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구워 딸의 숟가락에 올려주는 아빠의 마음은 설명이 필요 없다. 햄버거와 소고기는 많이 다른 느낌의 음식이다. 패스트푸드와 정성스러운 고기, 다른 듯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아버지의 사랑을 표현하는 도구가 된다. 그 사랑의 모양이 조금 다를 뿐이다.  


두 사람의 가족은 남북의 국민들을 상징하는 존재들이다. 결국 그들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하는 것, 그것이 나라와 정치인들이 아버지와 같은 태도로 결정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깽이국수와 잔치국수 

다른 이름 같은 음식, 같은 나라     


곽철우는 남한에 붙잡힌 엄철우를 수갑 채워 남북 비밀회담 장소로 데려간다. 서울에서 출발해 의정부를 거쳐 철원을 향해 가던 두 사람은 밥을 먹기 위해 식당을 들른다. 곽철우가 군 복무 시절 먹었다던 식당 이름은 ‘망향비빔국수’이다. 이 식당에서 곽철우는 비빔국수를, 엄철우는 잔치국수를 먹는다. 개성공단에서 출발해 파주, 일산, 서울을 거쳐 오는 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했던 엄철우는 잔치국수를 미친 듯이 흡입한다. 

“깽깽이국수가 참 맛있소.”

“깽깽이국수가 뭐야?” 

“저거이 깽깽이국수요.”

두 사람과 식당 아주머니의 대화이다. 곽철우는 엄철우를 위해 ‘잔치국수’를 세 그릇이나 시켜준다. 그 잔치국수를 엄철우는 ‘깽깽이국수’라고 부른다. 같은 음식이지만 남과 북에서 부르는 호칭이 서로 달랐던 것이다. 이름은 달라도 서로 같은 음식, 이 국수는 결국 남과 북이 서로 같은 나라, 같은 민족임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국수 이름이 다르듯이 남과 북의 말과 문화가 조금 달라 보인다 할지라도 결국은 같은 음식인 것처럼 같은 한 민족이라는 의미가 국수에 담겨 있다.     

잔치국수 혹은 깽깽이국수를 먹으면서 둘은 급격하게 가까워진다. 남과 북이 가야할 방향처럼, 국수 한 그릇에 많은 것이 담겨 있다.

이 국수는 서로 간의 벽을 허물어주는 역할도 한다. 국수를 먹는 동안 처음에는 수갑 한쪽을 풀어주고, 잠시 후에는 양쪽 다 풀어준다. 붙잡고 붙잡힌 관계에서 ‘함께’하는 관계가 된다. “우린 같은 편이야”라는 곽철우의 말처럼. 국수는 남과 북의 관계가 조금씩 풀리고, 좋은 결말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국수를 먹은 후에 두 사람은 차량을 타고 이동하면서 가족 관계와 지드래곤 노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 놓기 시작한다. 남과 북도 서로 다른 모습들을 조금씩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천천히 하나가 되는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다.    

  

남북의 화해 모드가 무르익고 있는 요즘, 이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지극히 평범한 음식들이 더 분명한 의미로 다가온다. 북한 서민들이 먹는 깽깽이국수나, 남한 사람들이 쉽게 건넬 수 있는 햄버거가 남북 구분 없어질 그 날을 기대하는 건 너무 먼 일일까? 



강인석 / 영화가 맛있다.

ⓒ 강인석 2018.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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