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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동문학가 강인석 Jul 31. 2018

서민, 민중, 국민을 대변하는 음식

영화 ‘변호인’의 돼지국밥


영화 ‘변호인’(2013/양우석 감독)은 배우 송강호가 연기한 실존 인물로 인해 유명세를 탔다. 그런데 그 인물의 이야기가 개인의 역사가 아니라, 우리 사회 근대사의 중요한 부분을 관통하기에 더더욱 이슈가 되었다. 지금과 연결되어 있는 바로 어제의 역사를 담고, 그 의미를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 ‘변호인’은 역사 속에서 ‘국민’의 의미를 묻고 있다.  

이 ‘변호인’에서도 음식을 만날 수 있다. 이 음식은 우리의 현대사 속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한 ‘민중’, 또는 ‘국민’의 가치를 잘 녹여낸 음식이다.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이다, 그들이 아니라 ‘우리’다 

  어렵게 공부해서 변호사라는 반듯한 명함을 얻게 된 송우석은 세금, 부동산 등 돈 되는 일이라면 다 덤벼들 정도로 바쁘다. 고졸 변호사라고 동료들 사이에서 무시당하고, 동창들 사이에서도 돈만 아는 변호사라고 지탄받지만 개의치 않는다. 실제로 그는 돈 벌고 집 장만하는 일 외에는 관심이 없다.
   그런 그의 삶이 갑자기 뒤집어진다. 가난한 고시생 시절 밥만 먹고 도망갔던 국밥집 아들이 빨갱이 누명을 쓰고 시국사범으로 체포되자 결국 그를 변호하게 된다. 몇 번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가난했던 시절 배를 채워줬던 국밥집 아주머니의 간절함을 외면할 만큼 그는 메마른 사람이 아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송우석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의 기본적인 인권도 묵살하는 권력 앞에서 분노하게 된다. 그래서 인권 변호사의 길을 선택한다. 그의 눈에 국가는 ‘국민’을 국민으로 대우해 주지 않는다. 그래서 법정에서 외친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국가란 '국민'입니다."라고 외치는 송우석 변호사. 돼지국밥과도 같은 힘없는 국민들이지만, 그것이 국가의 최고 가치라는 것을 외친다. <사진:네이버 영화 정보>


많은 영화들처럼 ‘변호인’도 대립구조를 갖는다. 그 대립 속에서 나오는 갈등을 통해 긴장감이 극화되고, 그 긴장이 해결되면서 감동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변호인의 대립구조는 조금 다르다. 대립할 수 없는, 대립해서는 안 되는 국민과 국가의 대립과 갈등이 영화의 중심축을 이룬다. 이러한 구도를 통해 영화는 ‘국민’의 가치를 위해 싸운 수많은 이들이 만들어 온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바로 ‘오늘’이고,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다. 



  ‘돼지국밥’을 먹어야 알 수 있는 가치

  변호인에는 ‘돼지국밥’이라는 음식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돈 없던 고시생 송우석이 국밥을 먹고 도망간 것이 인연이 되어, 가난한 고시생의 배를 채워주던 음식이 되었던 ‘돼지국밥’은 그의 삶을 대변해 주는 음식이다. 변호사가 되고 나서도 단골로 찾아가는 국밥집, 사무장이 국밥 그만 먹자고 해도 그는 돼지국밥을 절대 잊지 못한다. 

영화 포스터에도 돼지국밥이 등장한다. <사진:네이버 영화 정보>


   시뻘건 깍두기 놓고 국물과 함께 삼키는 돼지국밥은 가장 서민적인 음식이다. 서민들의 생활 터전인 시장 골목 구석에서 격식도 없고, 선택하지 않아도 나오는 대로 후루룩 먹고 다시 일하러 일어서야 하는 그런 음식이다. 무슨 부위인지 알아보기도 힘든 잡고기들을 썰어 넣고 탁한 국물에 말아먹는 음식인 돼지국밥은 우리 사회를 움직여가는 평범한 서민들과 닮았다. 유명한 정치인이나 사회 지도층, 권력자나 재벌들처럼 이름이 알려지진 않아도 저마다 사회 구석구석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켜가는 평범한 국민들, 그런 국민들의 가치가 돼지국밥에 담겨 있다. 

  국밥은 국민이다. 돼지국밥이 없었다면 송우석이 권력에 의해 부당하게 억압받는 국민의 인권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을까?


 영화 ‘변호인’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로 활동하게 된 사연을 담은 영화이다. 영화적 허구가 많이 추가되었겠지만, 돼지국밥 한 그릇이 삶을 변화시키고, 대통령의 자리까지 이끌었다면, 결국 국민의 가치를 알았기에 가능한 일 아니었을까? 



*영화가 맛있다

© 강인석.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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