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도 어쩔 수 없는 선택
#교사일기_01
2020.12.14.
"목사님, 아무래도 주일학교 교사를 다시 해야겠어요."
교육담당 목사님께 카톡을 드렸다. 2021년 다시 교회학교 교사를 하겠노라고.
2020년 12월에 들어서는 시기였지만, 여전히 내 삶을 바쁘다. 출판사 일도 해야하고, 영화제 사무국장으로서 보조금 정산과 내년도 사업계획 준비까지 해야 한다. 아직도 야근의 연속이고, 자투리 시간에는 작가로 글도 써내야 한다. 그런 삶에 시간적인 빈틈이 있을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그런 내게 하나님은 계속 '교사'의 마음을 주셨다. 가을이 시작될 무렵부터 그 마음이 더 선명해졌던 것 같다. 큐티를 하고 적용을 할 때마다 교육부서에 대한 적용이 되었고, 교회학교 영혼에 대한 마음을 주시기도 했다. 점심 식사 후에 개인 기도시간을 가질 때에도 교사에 대한 기도를 하게 하셨다.
그러던 중에 오프라인 예배가 잠시 살아났던 10월의 어느 주일, 청년부 예배실 앞을 지나는데 한 청년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왔다. 처음엔 못알아봤으나, 3년 전 내가 담임을 했던 고3학생이었다. 힘든 고3 시기를 함께 기도하며 보내면서도 속 깊은 이야기를 잘 꺼내지 않던 녀석, 가정에서 아무도 교회를 다니지 않고 혼자 친구따라 교회를 나오기만 하던 녀석이 청년부 예배에 빠지지 않고 잘 참석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고3때도 열심히 다닌다고는 할 수 없던 아이였고, 복음과 말씀에 대해서도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던, 그냥 착하기만 한 아이였는데, 재수를 하고 있을 때까지는 연락을 하고 지냈지만 코로나19 이후로 연락도 못하고, 만나지도 못했던 터라, 의외의 만남이 반갑기도 했다. 곧 군에 입대할 예정이라는 그 녀석을 응원하고 헤어진 후에 확신이 들었다.
'아무리 바빠도, 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교사를 해야겠군요, 주님.'
목사님께 교사를 하겠노라고 톡을 드리면서, 고등부에는 딸래미가, 중등부에는 아들래미가 자리 잡고 있어서 이번에는 초등부 교사를 해 보겠노라고 했다. 어린이 부서는 처음이라 염려되기도 했지만, 새로운 경험이 될 것만 같았다. 초등학교 3-4학년인 부서, 내년에는 담당 부장님과 부감, 사역자 모두 바뀌는 상황에 대해 전달받고 더 기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잘 할 수 있겠지?'
'아빠, 엄마보다 나이 많은 선생님에게 아이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을 만나볼 수는 있는 걸까?'
'내년에는 일적으로도 더 바쁠 텐데, 시간관리 잘 할 수 있겠지?'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마침 주신 말씀에서 끝이 났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것은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니요 오직 능력과 사랑과 절제하는 마음이니"(딤후 1:7)
두렴없이, 맡기신 대로, 사랑하며, 그 분의 능력으로, 스스로를 잘 다스리며 나아가는 교사, 그것 외에는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시 시작되는 교사, 오롯이 일기로 남겨보기로 한다.
2020.12.14.
강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