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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동문학가 강인석 Apr 15. 2021

메마른 사막이 풍성함으로 느껴질 때

영화, 아라비아 로렌스


  플랫폼 무비가 대세인 요즘, 제작된 지 50년이 넘은 옛 영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일까? 엄청난 기술과 자본 아래에서 태어난 영화들과는 다른 옛 영화를 떠올리는 것, 단순한 향수라고 여겨도 될 듯하다. 


  1962년에 태어난 영화 ‘아라비아 로렌스’. 70m 대형 스크린용으로 제작되어, 넓은 화면에 광활한 사막을 풍성하게 그려놓은 영화. 이 작품은 ‘사막’이라는 단어와 ‘로렌스’라는 두 단어를 떠오르게 한다. 타는 듯한 사막과 로렌스의 가슴속에 타오르던 열정과 사랑을 동일시한다. 

  1차 세계대전이 진행되던 1916년. 이집트 카이로에 주둔하고 있던 영국 육군 중위 로렌스는 아랍 반란군을 도와 전쟁을 주도할 임무를 받고 반란 지도자인 파이잘 왕자를 찾아 나선다. 당시는 독일과 결탁한 터키가 중동 지역을 장악하려고 하던 때에 이에 대항하여 아랍권을 지키기 위한 아랍 자체 세력의 노력이 있던 시기였으며, 로렌스는 그런 아랍군을 지원, 지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체계적인 전쟁을 위해서 파이잘 왕자를 만나기 위한 사막을 횡단하는 그의 여정은 영화의 전반부를 사막으로 가득 채운다. 물이 없이 메말라 버리고 삭막한 사막.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사막이지만, 로렌스의 눈을 통해 펼쳐지는 사막은 웅장하다 못해 풍성해 보인다. 자연으로부터 오는 위험과 고난은 자연과 동화되고 그 속에서 자리 잡을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까? 


  파이잘 왕자를 만난 로렌스는 터키군의 요충지를 공격하기 위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아카바 사막을 횡단할 것을 제안한다. 사막에서만 살아온 아랍인들도 두려워하는 그 행로를 선택한 로렌스. 아마도 목숨을 건 여정을 겪으면서 그는 사막을, 자연을 알게 되어서 그런 것일까? 무서운 정신력과 전우애를 바탕으로 결국 그의 작전은 성공을 하게 되고 아랍에는 희망이 남게 된다. 동족이 아니면서도 사람이기에 사랑하고 애정을 갖는 로렌스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다. 



영화의 결말은 하나 되지 못하는 아랍의 아쉬움을 그리고 있지만, 메마른 사막이 이 영화를 통하여 풍성해진 것은 그 속에서 자연을 배우고, 종족을 뛰어넘는 사람으로서의 사랑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마샤리프와 피터 옥툴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로 아카데미 9개 부분을 석권했다.




#오마샤리프 #피터옥툴 #아라비아 #로렌스 #아라비아로렌스 #사막영화 #중동영화 


ⓒ2021 강인석 / cinema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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