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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동문학가 강인석 Mar 05. 2021

우주보다 더 크고 소중한 운동화 한 켤레

영화 '천국의 아이들'

 

운동화 한 켤레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또 슬프게 진행되는 이야기가 아닌데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 


영화 ‘천국의 아이들’은 참 신기한 영화다. 

1999년에 만들어졌지만 우리나라에는 2001년에 개봉된 이란 영화. 

두 아이, 운동화 한 켤레, 그리고 달리기. 

그것밖에 보이지 않는 영화를 통해 전 세계의 순수한 가슴들은 웃으며, 감격하며, 만족했다.


 

1990년대 말 이란 영화의 중흥기를 이끈 감독 중 한 명인 마지드 마지디의 영화 천국의 아이들은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가난한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몸이 아픈 엄마와 정원사인 아빠와 함께 살고 있는 9살 알리와 여동생 자라는 회색빛 도시의 칙칙한 거리 속에서도 맑고 순수한 동심을 지닌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에게 작지만 큰 사건이 하나 발생하는데, 

알리가 엄마의 심부름으로 동생 자라의 구두를 수선해가지고 오다가 잃어버린다. 

아직 어린 알리는 엄한 부모에게 혼날까 봐 그 사실을 숨기고 그때부터 자라와의 아슬아슬한 모험이 시작된다. 

알리의 운동화 한 켤레를 서로 나눠 신고 학교를 다니는 모험, 엄마에게 들키지 않고. 

오전반인 자라가 학교에서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다가 그 신발을 받아 신고 늦지 않기 위해 죽음 힘을 다해 달리는 알리. 

커다란 눈망울의 여동생을 달래며 최선을 다해 보지만 알리에게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연일 계속되는 달음박질 주위로 허술한 생활환경, 빈부의 격차 등이 잔잔히 영화 속에 흐른다.  


어느 날 자라는 자신의 잃어버린 신발을 신고 있는 한 아이를 발견하고 오빠와 함께 그 아이의 뒤를 밟는다. 신발을 되찾고 평화로운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하지만 두 아이는 그 신발을 되찾지 못한다. 

아니 포기한다. 

신발을 신고 있는 아이의 집까지 쫒아 갔지만, 부모님이 장님이며 더 가난한 환경을 보고서 차마 신발을 빼앗지 못한다. 

그만큼 그 둘은 순수하다. 

이 아이들보다 큰 사랑을 베푼 이들이 또 어디 있을까? 


영화 '천국의 아이들' / '3등을 해야 해' / 사진 *네이버 영화


알리가 발견한 해결책은 마라톤 대회. 

3등에게 주어지는 상품이 운동화다. 

“꼭 3등 상을 받아 올게. 오빠만 믿어.” 

알리는 열심히 달린다. 

일등이 아니라 3등을 위해서 달리는 그 질주에도 감동과 안타까움이 있다. 

가장 초라한 복장으로 질주를 하는 알리는 1등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마지막에 1등을 해버리고 만다. 

1등의 상품은 운동화가 아니라 운동복. 

이러한 결말은 결코 헤피엔딩이 아니다. 

하지만 헤피엔딩보다 더 감동적인 엔딩을 제공한다. 


천국은 테헤란 골목에는 없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의 맑은 눈과 동심, 그것이 바로 천국이었다. 

천국의 아이들은 천국에 사는 아이들이 아니라 천국을 제공하는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천국에 머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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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강인석 / cinema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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