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클루니의 그윽한 삶, 영화 '아메리칸'
[아메리칸]
2010/ 연출 안톤 코르빈 / 주연 조지 클루니
01.
'아마, 감독이 사진을 공부한 사람일 거야."
영화의 첫 프레임을 접할 때부터 엔딩 크레딧을 만날 때까지 이런 생각을 했다.
영화의 프레임이 아니라 사진의 프레임이라는 생각 가득.
거기에 롱테이크가 유난히 많이 들어간 것 역시도 사진의 프레임이 갖는 효과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가 끝난 후, 검색을 통해서 만난 안톤 코르빈 감독은 역시 '사진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었다.
이탈리아 작은 도시의 풍경을 담은 사진들,
골목과 골목길
계단과 하늘,
그리고 도로, 자동차...
사람들의 시선..
이 모든 것들은 사진첩의 페이지 페이지처럼 엮여 있었다.
장면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더욱이 실내 공간을 잡은 프레임은 더더욱 사진적이다.
정지된 공간의 풍경을 담은 사실주의 사진작가들이나,
현상학적 고민을 정물에서 끌어내려고 했던 사진적 시도들,
바르트가 이야기했던 푼크듐적 요소가 가득한 그런 장면들이 순간순간 눈 앞에 드러났다가 사라진다.
"이 것만으로도.. 난.. 이 영화를 선택한 충분한 본전을 뽑았다"
이런 말이 나왔다.
하지만 영화가 이것뿐이라면.. 당연히 허전하겠지.
02.
사진 프레임으로 구성된 씬에 존재하는 사람.
이 영화의 핵심에는 사람이 있다.
늘 움직이는 사람.
주인공은 언제나 움직인다.
잠을 자도 그는 긴장을 하고, 머물러 있어도 시선은 고정되지 못한다.
사진은 정지된 예술이다.
늘 움직이고, 늘 이동하고, 늘 살펴야 하는 킬러이자 무기 제조자의 삶이란 늘 유동적이다.
일반인들의 시선 속으로 좀처럼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의 삶을 찾아내기 위해선 단절된 프레임이 필요하다.
조지 클루니가 연기한 주인공 '잭'의 삶의 반경들은 이탈리아 지방 소도시를 담은 프레임 속에서 제한된다.
그리고 우리는 비로소 그의 삶과, 심리와 인생에 잠시나마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늘 혼자인 삶,
누군가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지극히 제한적이고, 사무적이다.
그런 그에게 집중할 시선은 많지 않다.
그렇기에 그가 찾는 유일한 비 사무적 관계는 창녀촌이다.
그나마 거기서도 오직 한 여인만을 찾고, 그녀와의 육체적인 커뮤니케이션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그의 삶을 변화시킨 것은 결국 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다.
그녀와의 일대일 커뮤니케이션,
지금까지 대상은 언제나 죽이거나, 거래를 할 뿐이었던 그에게 마음으로 교감할 수 있는 대상이 생긴 것.
영화는 삶의 변화, 그러한 심리의 변화, 교감의 변화를 아주 잔잔하게, 서두르지 않게 그리고 있다.
03.
'조지 클루니는 나이 들면서 배우가 되었다'라고 말하면 주제넘는 이야기일까.
황혼에서 새벽까지와 같은 영화에서 보여준 조지 클루니는 솔직히 나에겐 별로 매력적이지 못했다.
하지만 이 영화에 만약 다른 배우가 잭을 연기했다면, 그래서 클루니가 아닌 다른 배우의 뒷모습을 봐야만 했다면, 이 정도의 감동을 받았을까?
조지 클루니의 매력을 의외의 작품에서 만난 기쁨을 또 누가 알까?
무엇보다 이 영화의 최고 장면은 '엔딩'이 아닐까 싶다.
흔들리는 프레임, 그의 삶에서 최초의 진실이자 마지막 진실의 순간을 만날 수 있는 엔딩 장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값지다.
#영화 #클루니 #코르빈 #아메리칸 #이탈리아배경 #킬러 #무기제조 #사진같은 #이탈리아마을 #조지클루니
@짧은 영화 독후감
ⓒ2021, 강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