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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칼 Aug 10. 2024

어디쯤 오고 있어요?

엄마와 초등 아들이 떠난 동상이몽 자전거 여행 - 국토 종주 편

우리가 여행을 떠났던 날 현이 엄마한테 전화가 왔었다.

“뭐 하고 지내요? 우리 이번 주말 산에 같이 갈래요?”

현이는 등산을 좋아하는 6학년 남자아이다. 현이와 엄마는 주말마다 전국의 산을 다니고 있었다.

“우리 국토 종주 시작했어요. 갈 수 있는 데까지 가 보려고요.”

“잘 가고 있어요? 어떻게 갈 만한가요?”


자전거 여행에 선뜻 용기를 내지 못했던 현이와 엄마는 우리가 가고 있다는 말을 듣고 오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집에서부터 국토 종주 자전거길까지 어떻게 갔는지? 어디서 먹고, 어디서 잤는지? 궁금한 게 많을 거 같아 나는 내가 왔던 경로, 구글 타임라인을 현이 엄마와 공유했다. 우리가 출발한 지 이틀 뒤 현이와 엄마는 자전거 여행에 나섰고, 우리가 집에 다녀온 사이 그들은 충주부터 우리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현이네는 부산까지 가기엔 준비가 부족했다며 내일이나 모레 집으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했다.

     

“어디쯤 오고 있어요? 검색해 보니 괜찮아 보이는 펜션이 있네요. 오늘 여기까지 올 수 있으면 예약할게요. 같이 삼겹살 파티해요.”

현이 엄마로부터 온 문자다. 거리를 확인해 보니 이화령고개 정상에서 펜션까지는 55km였다.

“아들, 형이 펜션 잡는다고 저녁은 삼겹살 먹재. 여기서부터 55km 가야 해. 갈 수 있겠어?”

“당연하지. 형도 만나고, 삼겹살도 먹으려면 부지런히 가야겠군!”

     

“이제 슬슬 내려가 볼까?”

이화령고개 정상에서부터 내려가는 길은 내려가도 내려가도 이쯤이면 다 내려온 게 아닐까? 싶지만, 또 내려갔다.

“부~~~ 앙, 야~~~ 호”

롤러코스터보다 더 재밌다며 음악을 틀고 신나게 소리를 질러가며 환이는 5km 내리막을 즐겼다. 제대로 해방감을 느끼는 듯했다. 

“끼~~~ 익, 끽”

브레이크를 잡을 때마다 소리를 냈던 내 자전거는 5km 내리막을 내려오면서 소리가 줄어들더니 마지막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새 자전거를 타는 느낌이었다.

“문경새재 한 바퀴 돌고 갈까?”

“아니, 지난번에 왔었잖아.”

     

내리막이 끝나갈 즈음 조경이 멋진 집 한 채가 있었다. ‘진안요’라는 간판이 있었는데, 도자기 체험장 겸 박물관인 듯 보였다.

“엄마, 들어가 볼까?”

환이가 초인종을 누르니 아저씨 한 분이 나오셨다.

“여기서 어떤 걸 체험할 수 있어요?”

아저씨는 여기저기 둘러보며 자세히 설명하며, 제대로 체험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환이는 할머니께 드릴 그릇을 하나 만들고 싶다며, 아저씨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워가며 그릇을 만들었다. ‘진안요’를 나오기 전, 아저씨가 맛집을 추천해 줬지만 환이는 삼겹살을 많이 먹겠다고 그냥 가자고 했다. 그렇게 한 시간쯤 달렸다. 슬슬 배가 고파질 때쯤 휴게소가 보였다. 

“간단하게 간식이라도 먹고 갈까?”

우리는 소떡, 김밥, 가락국수를 먹고 다시 페달을 굴렸다.

“엄마, 이제부터는 쉬지 말고 쭉 가자. 출발.”

    

진남 휴게소를 지나니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자전거길 옆 논에는 끝없이 펼쳐진 고개 숙인 황금빛 벼가 물결처럼 출렁였고, 낙동강을 따라 펼쳐진 갈대밭은 논과는 다른 황금물결을 만들고 있었다. 주변 경관을 넋 놓고 바라보며 가고 있었는데, 앞에 가는 환이 자전거 뒷바퀴가 이상했다. 페달을 구를수록 바람이 빠지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아들, 잠깐만 세워 봐.”

몇 년 동안 바람 한 번 넣지 않아도 괜찮던 바퀴였는데, 완전히 주저앉았다.

“어쩐지…. 뭔가 느낌이 좀 이상하긴 했어.”     

마을도 사람도 없는 자전거 도로 한복판에서 타이어에 바람이 빠지니 당황스러웠다. ‘어떡하지? 이런 곳에서 펑크가 날 줄이야!’ 자전거를 세우고 핸드폰을 꺼내 우리가 있는 위치를 확인했다. 여기서 숙소까지는 20km, 자전거 전용 도로를 벗어나 자동차가 다니는 길까지는 3km를 가야 했다. 자전거 수리점 위치는 더 심각했다. 이곳에서 30~40km 거리에 있었다. 바람이 빠진 자전거를 타면 휠까지 망가질 수 있다. 일단 걸어가면서 생각해 보기로 하고, 자동차가 다니는 길까지 자전거를 끌기로 했다. ‘한적한 시골이라 택시가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어떻게 해야 하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장 가깝게 검색되는 자전거 수리점에 전화했다.

“안녕하세요? 40km 정도 되는 거린데 출장 가능할까요?”

혹시나 희망을 걸어봤지만, 오늘은 가게 문을 닫고 다른 곳에 나와 있다고 했다. 우리 위치를 물어보더니 그 주변은 자전거 수리하는 곳이 없다고 했다. 자전거를 끌고 걸어가는 동안 우리는 한 사람도 마주치지 못했다.     

“어디쯤 오고 있어요? 우리는 펜션까지 30분 정도면 도착할듯해요.”

현이 엄마의 문자였다.

“환이 바퀴에 문제가 생겼어요. 오늘 저녁은 같이 못 먹을 수도 있겠어요. 상황 보고 전화할게요.”

현이 엄마는 카카오 택시를 불러보라고 했지만, 택시를 부르려 해도 차도까지는 나가야 했다. 무작정 자전거를 끌고 걸었다.

차들이 다니는 큰길에 도착했다. 5시였다.

‘이제 조금 있으면 캄캄해질 텐데….’라는 걱정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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