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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플린 Dec 14. 2021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란? - 승자의 역사

2021.05.10.

이 글은 2021.05.10.에 작성하였습니다.


어제, 훌륭한 분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고민이 많아서 도움을 요청 드렸는데 흔쾌히 받아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한달 즈음 전에도 잠깐 말씀을 들을 수 있었는데, 어찌 인연이 이어져서 고민 상담도 들어주셨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무척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비즈니스 모델을 초기 부터 발전시켜 오셨고,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점유율에서도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는 서비스를 오랜 기간 발전시켜 오고 계십니다. 사업의 어닝도 좋고 성장성도 우수합니다. '비즈니스 모델' 뿐만 아니라 실체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오신 경험에서 배울 점이 참 많은 분이십니다.


저는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성공하는 서비스의 DNA를 찾아내고 싶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이 생각처럼 잘 되지 않고 막연하게만 느껴져서 고민이 많아졌다고 말씀 드렸구요.


지금 생각하면 저 질문은 참 부끄러운 질문입니다. ^^;


몇년 동안 끄적끄적 서비스를 만들어 온 저의 경험에서는 위 질문 정도의 시야가 최선이었습니다. 책을 아무리 읽어도, 서비스를 아무리 만들어 보더라도, 직접 회사를 꾸리고 서비스를 성장시킨 경험의 폭이 좁다 보니, 막연하게도 '좋은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았던 거죠.


이런 저에게 말씀해 주신 조언은 머리를 한 대 맞은 것과 같은 통찰력이 깃든 말씀이셨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은 승자의 역사다."


"돈을 잘 버는 기업을 겉에서 바라보면 비즈니스 모델 때문에 돈을 잘 번다고 생각한다. (애널리스트의 한계)


하지만 그렇지 않다. 회사는  비즈니스 모델 보다 더 중요한 다른 이유들로 돈을 번다."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라 해도 어떤 회사는 돈을 벌고 또 어떤 회사는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것을 짚어 주시면서, 비즈니스 모델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시장의 선점이다."


"또 그 다음이 '수수료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의 여부'다.


하지만 꼭 수수료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만이 훌륭한 것은 아니다."



요약하면 '사람', '시장선점', '수수료'가 사업 성공의 핵심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수수료는 필수라기 보다는 있으면 좋다는 뉘앙스였구요.


덧붙여, "비즈니스 모델은 승자의 역사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같은 비즈니스 모델로 누구는 성공하고 누구는 실패한다.


역사는 그 기업이 비즈니스 모델 때문에 성공했다고 기록하기에, 사람들은 비즈니스 모델이 중요하다고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이 말씀을 듣고 나니 풀리지 않았던 여러 의문들이 실마리를 찾아 풀려나갔습니다. 투자자들이 왜 그토록 '창업 멤버'를 중시하는지를, 비즈니스 모델이 좋지 않음에도 '창업 멤버'가 좋다면 투자하는 이유를, 더 노골적으로는 '이미 성공한 창업 멤버의 신규 창업'에 많은 투자자들이 왜 재투자하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말씀을 듣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 동안 정답처럼 생각해 온 여러 요소들을 다시 짚어 보았습니다. 요즘 이런저런 고민이 많은데, 어제의 대화를 통해 한 가지를 더 짚어보게 되었습니다.


요즈음엔 제가 정답처럼 생각해 온 여러 관념들이 바뀌고 있습니다. 머리가 모든 것을 잘 흡수하던 시절에 생긴 관념이라, 무의식적으로 정답으로 여겨왔던 요소들입니다. 


실수를 통해 성장한다고 하나요. 니체는 '극복할 수 있는 실수는 사람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심 탈렙은 '실수로 인한 내상이 사람을 더 약하게 만든다'고 하네요. 비록 극복해 낸다 하더라도, 과거보다 약해진 상태라는 거죠.


이런저런 고민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고민을 하지 않았다면 저는 계속해서 착각하며 살아왔을 것 같아요. '좋은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라는 환상 속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즈음의 시기가 힘들어도 가치 있는 경험을 하는 시간이라 생각합니다.


고민 많은 시기에 주변에서 응원해 주시고 힘을 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계시다는 사실에 깊은 감사함을 느낍니다. 이 글의 주인공이신 분께도 감사드리며, 저의 고민을 하나하나 들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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