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02.
이 글은 2021.08.02.에 작성하였습니다.
여당에서 부동산 특위를 시작으로, 다양한 부동산 관련 정책을 내어 놓았습니다. 현 정부 초기에는 청와대, 기재부, 국토부 위주로 정책을 펼쳤는데, 정권 중후반기 부터는 여당 주도로 부동산 제도를 이끌어 가네요.
청와대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서 정책을 끌고 갈 현실적인 여력이 없고, 기재부와 국토부는 움직임을 보면 차기 정부를 기다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지난 주 홍남기 장관의 메시지만 보더라도 명확하죠. 국토부는 변창흠 장관 이후 기재부의 뒷처리만 하는 부서로 전락한 느낌입니다.
반면 21대 국회 임기는 2024년 5월까지로, 아직 꽤 남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 위주로 입법을 통한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다만.. 여러분들도 다 아시듯 국회의원은 계약직에 가깝습니다. 이들은 메시지 전달은 잘 하지만, 사실 현실은 잘 모르세요. 국회의원은 정치적인 수싸움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이지, 안타깝게도 입법을 통한 민생안정은 그들의 전문영역이 아닙니다. 메시지 전달에 특화된 사람들입니다.
그러다보니 어제 발표된 부동산 규제 초안이 상당히 엉성하다고 느낍니다. 돌아가는 현실을 모르는 것 같아요. 알든 모르든, 이런 내용의 규제를 입법하겠다고 말하는 건 나쁜 행동입니다. 아마 상당한 부작용이 나타날 것 같습니다.
이번에 입법을 시도하는 부동산 규제는 세가지입니다.
첫째, "1세대 1주택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구간을 9억에서 12억으로 상향"
둘째, "장기보유특별공제 계산을 최종 1주택이 된 시점부터 기산하며, 최종 1주택이 된 날로부터 3년 이후부터 적용"
셋째, "장기보유특별공제율 하향 조절"
의도하는 바는 알겠는데, 이렇게 되면 상당한 부작용이 생길 것 같습니다. 기재부에서는 이 안을 반대할 것 같아요. 정부기관에서는 이렇게 시행하면 어떤 부작용이 생길 지 알것 같거든요. 반면 정치인들은 민심이 안 좋아질 때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정책을 쏟아내니 뭐가 문제인지 가늠을 못할거구요.
어떤게 문제인지는 굳이 적지 않겠습니다. 아마 부동산 투자를 빡세게 하는 분들이라면.. 위와 같은 규제는 어설픈 다주택자와 똘똘하지 않은 1주택 보유자에게만 어마어마한 피해를 줄 것이라는 걸 아실겁니다. 특히나 상속 등으로 처치 불가능한 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사실상 주거권 박탈 수준의 어마어마한 피해를 줄 것으로 보입니다. 벌레 잡자고 온 국토를 불태우는 수준이예요.
사실 그렇다 보니, 두번째의 장기보유특별공제 최종 1주택 산정 부분은 입법이 안되거나, 소급적용 없음을 명시할 것 같아요. 두번째 안이 가장 큰 이슈입니다.
이 제도는 9~14억 물건들의 가격 상방을 열어주는 효과를 줍니다.
현재 서울 아파트 가격 변화 추이를 보면, 9억 미만 물건과 15억 이상 물건이 주로 오릅니다. 9억 미만 물건이 오르는 이유는 추격매수 & 상대적인 저가로 인한 취득세 중과효과 미비 때문입니다. 다주택자로서 취득하여 8.8% 취득세율을 적용 받아도 9억 미만은 뭐 그럭저럭 낼만 하니까요. 여기에 서울 내에 유의미한 공급은 없다는 것도 사실상 못박았겠다, 그러니 15억 이상 물건을 대놓고 지르는겁니다. 매수세는 강해지는 반면 양도세 중과로 물건은 잠기니 매도자 우위로 접어들며 가격이 오르는 거죠.
15억 이상 물건이 오르는 이유는 이 구간이 현재 노다지이기 때문입니다. 15억 이상은 주택담보대출이 생활안정자금 명목으로 1억원/1년 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매수할 수 없는 '그들만의 영역'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가구별 자산 통계로 보면 15억 이상 아파트는 '상위 1%를 위한 시장'이 되었습니다.
시장참여자들이 제한되고, 그러다 보니 거래량이 줄어들고, 오버슈팅도 덜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가격이 덜 올랐던 세그먼트였습니다.
하지만 2019년 12월 16일의 15억 이상 주택의 담보규제가 시행된 이후 1년 8개월째에 접어 들었습니다. 이 정도의 물건을 매수할 사람들은 돈도 충분히 모았고(대출은 미래의 소득을 당겨오는건데, 물리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돈이 모이기 때문입니다.), 2금융권이든 뭐든 어떻게든 자금을 조달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수세가 늘어나며 15억 이상 구간이 리레이팅 되며 달려가는거죠. 지금 15억 이상 아파트들은 여전히 초과이익이 보이는 물건들이 눈에 보입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9~14.9억 구간 아파트는 덜 올랐습니다.
지금으로선 이 구간의 아파트는 매수 매력도가 그냥저냥입니다. 1세대 1주택으로서 취득하면 그럭저럭 괜찮은데, 비과세 구간이 아니다 보니 장기 실거주를 염두해 둬야 합니다.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이 구간 아파트는 대체로 10년 이상 실거주하기엔 초등학교가 근처에 없거나, 고등학교가 없다거나, 학군이 문제라거나, 너무 구축이라는 등 하나 둘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러니 매수 매력도가 떨어지죠.
그런데.. 만약, 양도세 비과세 구간이 9억에서 12억으로 상향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9~14.9억 구간 아파트의 기대수익이 크게 높아지리라 보입니다. 12억 아래에서 매수한 사람들은 2년만 거주하면 비과세 구간이 확 늘어나면서 12억부터 장특공을 계산하니 대충 14억까지는 양도세 내더라도 낼 만 합니다. 계산기 두드려 보면 현재 9~14.9억 아파트는 매도 치고 15억 이상 아파트로 가도 되겠다는 계산이 설 수도 있고요. 세금때문에 10년 살고 옮기려던 사람들이 매도하고 옮겨갈 인센티브가 충분한 정책입니다.
물론 15억 이상 아파트를 매수할 땐 담보대출 안나옵니다. 하지만 현재 주택을 팔고 남은 돈을 쪼개서 15억 이상 아파트 갭 취득 & 남는 돈으로 전세 사는 식으로 옮겨가는 수요는 분명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미래 환경 개선 욕구'는 생각보다 강력하거든요.
매수자 입장에서도 심리적인 부담이 덜어집니다. 기존엔 9억부터 양도소득세를 계산했다면, 앞으론 12억부터 양도소득세를 계산하니까 살다가 마음에 안 들면 옮기면 되니까요. (물론 12억 넘는 아파트는 똑같습니다.)
9~14.9억 아파트의 거래량이 늘어나면 어떻게 될까요? 지금 분위기로선 9~14.9억 아파트의 가격이 상향 리레이팅 될 가능성도 낮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공급이 없다 보니 매도자 우위 시장이고요, 9억 미만 아파트들도 비과세가 12억까지 늘어나니 14.9억 까지는 1세대 1주택 2년 실거주 단타 수요도 생길거라 봅니다. 지금은 12억 넘어가면 1세대 1주택 2년 실거주 단타도 세금때문에 할 수가 없는데요, 12억까지 비과세가 되면 12억부터 일반과세(+장특공) 적용받는다 해도 14.9억까진 할만 합니다.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비과세 구간이 9억에서 12억까지 상향되면,
i) 15억 이하 아파트들의 매도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이렇게 매도한 물량은 각각 상위 세그먼트(6~9억 매도자는 9~15억으로, 9~15억 매도자는 15억 이상으로) 매수세로 옮겨갈 것으로 보입니다.
ii) 현재 가격 기준 12억 아래까지는 단타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9~12억 구간의 단타 수요가 상대적으로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iii) 공급이 없고 전세가가 높아지는 추세라, 거래량 증가가 가격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도 낮지 않아 보입니다. 더군다나 주택에 부과되는 각종 세금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서, 가격이 하락하기 보다는 오히려 높아질 것 같습니다. (손실보상 심리)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의 하향 조절은 큰 반향은 없을 것 같아요. 이해할 만 합니다.
다만 장기보유특별공제의 적용을 주택의 취득 시점부터 매도일까지 보유일을 기산하고 취득 이후 1세대 1주택으로서의 거주기간을 기산하는 것에서,
최종 1세대 1주택이 된 이후 시점부터 보유기간과 거주기간을 기산하고, 최종 1세대 1주택이 된 이후 3년차 부터 일반과세 및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하도록 변경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주택시장을 아사리판으로 만들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보유 특별공제 관련 여러 입법은 입법 이후 취득한 주택에 한해서만 적용하도록 입법할 것 같습니다. 현재는 '장기보유 특별공제율 하향'은 입법 이후 취득 주택에 한해 적용하고 '장기보유 특별공제 적용조건 변화'는 소급적용으로 나와 있는데, 둘 다 입법 이후 취득 주택부터 적용하도록 입법할 것 같아요. 그래도 문제가 상당히 크긴 할겁니다.
장특공 적용요건 변화 제도는 상당한 구멍이 있습니다. 아마 기재부 국토부 공무원들은 알거예요. 입법 주도하는 정치인들만 모르거나,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고 있는 걸겁니다. 알고 해도 나쁜거고, 모르고 해도 나쁜겁니다.
왜 나쁘냐고요? 장특공 관련 입법을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가장 큰 피해를 받는 사람들은 제도를 잘 모르는 서민들이기 때문입니다. 멸실도 불가능한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 부동산 기획사기 당해서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 노부모 봉양을 이유로 다주택을 보유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은 지금도 어마어마한 피해를 보고 있는데 앞으로는 더 큰 피해를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불가피한 다주택자에게는 주거권 박탈 수준의 규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상속과 혼인에 의한 다주택은 어떻게 처리하실건가요? 시골에서 농사 지으며 작은 집 하나 더 만들면 모든 주택이 장특공 적용 안되는데, 이 상황은 또 어떻게 하실건가요? 재개발해서 1주택이 다주택 되면 어떻게 하실거고요? 오피스텔을 주거전환할때는 또 어떻게 하실거고, 오피스텔을 사무용 신고했는데 세입자가 주거용으로 써서 국세청 기준으로 주거용 주택 분류 시에는요?
이런거 생각 하나도 안하고 입법한 티가 너무 많이 납니다.
케이스별로 다 모아서 처리하겠다고요? 국민 대상으로 실험하나요?
'공급 억제를 통한 주택 가격 안정 실험'을 이만큼 해 왔으면 충분하지 않나요?
무엇보다도 장특공 관련 입법은.. 그냥 '내가 이정도의 힘이 있어!'하고 권력을 보여주는 것 이상의 효과는 없어 보입니다. 비과세 구간의 변화는 시장에 확실한 시그널을 줄 것 같은데, 장특공 관련 입법은 그냥 권력 과시 외엔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규제를 통한 기대효과가 없습니다.
최종 1세대 1주택 이후 장특공 적용을 소급입법하여 다주택자 규제를 하겠다고요? 입법을 강행하시면 인정하겠습니다. 그런데, 소급입법 가능할까요? 어려우리라 봅니다. 소급입법을 한다 해도 문제고, 소급입법 못 해도 문제입니다. 소급입법을 하면 '누굴 위한 입법'인지가 문제고, 소급입법 못하면 '입법의 필요성'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권력 과시용 입법'이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러면 장특공 입법이 왜 나왔나 생각해 보면, 앞서 말씀드린 12억 비과세와 맞물려 나온겁니다. 비과세 구간 뒤엔 과세거든요. 과세 시 1세대 1주택은 장특공 + 일반과세, 다주택은 중과세니까 세트로 나온겁니다.
장특공 제도가 저렇게 바뀌면 소위 '꾼'들은 어딜 건드릴까요? 비과세 구간을 건드립니다. 12억 아래 물건이요. 12억 아래 물건 사면 12억까지는 비과세고, 14억 언저리까지 올라도 세금 부담 별로 안되니까, 12억 이하 물건은 좀 괜찮다 싶으면 살겁니다. 지금은 9억 밑에서 사서 11억 언저리에서 파는데, 앞으로는 12억 아래 물건들은 모두 단타 가능한 물건이 되는거죠.
12억 비과세 인센티브 + 12억 초과에 적용되는 장특공 '규제'가 함께 작용하니 12억 아래 물건들을 집중적으로 단타 칠 환경이 조성됩니다. 12억 밑에서 놀면 행복하고, 12억 넘어가기 시작하면 두드려 맞기 시작하니까, 이쯤되면 정부에서 12억 아래 물건 사라고 권장하는 수준입니다. 변경될 세법의 행간의 의미죠.
읽다 보니 답이 없으시죠? 이건 공정과세를 위한 세법 개정이 아닌, 세법을 빙자한 행정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현재의 주택 양도소득세는 문제가 매우 많습니다.
장특공 관련해서 누더기 입법을 하기 보단, 주택 관련한 세제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온갖 비선형이 난무하는 세법 보다는, 선형적인 세제가 필요합니다. 가뜩이나 복잡한 주택 양도소득세를 한두단계 더 어렵게 만드는데, 이런 식으로 입법하면 정보의 격차에 의한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