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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플린 Dec 14. 2021

세종시 임장의 기억, 부동산에도 마켓 타이밍이 있다.

2021.09.20.


이 글은 2021.09.20.에 작성하였습니다.


우선 이 글은 세종시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말씀드리는 글은 아닙니다. 다만 부동산을 매수할 때 마켓 타이밍을 고려하시라는 예시로 세종시를 언급하기 때문에, 세종시에 거주하고 계시거나 세종시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계신 분께서는 언짢음을 느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글을 쓴 뒤 올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루 정도 고민을 했고, 이렇게 포스팅하게 되었습니다. 글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시는 분도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불편함을 느끼셨다면 미리 사과드립니다. 이 글은 부동산을 매수할 때 오버슈팅과 단기 고점은 존재하기 때문에 마켓 타이밍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세종시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세종시는 산업의 확장과 지역의 유입인구 증가가 확정된 지역이기에, 길지 않은 기간조정 이후 다시 상승추세로 방향을 잡아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세종시 주택 가격이 4개월 이상 내리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며 집값 버블론이 화자되고 있습니다.


세종시 주요 아파트 가격을 보면 실제로도 살짝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아파트가 작년 4Q에 정점을 찍고 올해부터는 조금씩 내려오고 있습니다. 기간 조정이죠. 물론 세종시는 인구의 증가가 확정된 도시이기에 몇 년 기다리면 회복할 것입니다. 하지만 작년 말에 최고가에 사신 분은 1억 내외의 평가차손이 생긴 분도 적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회복이야 되겠지만, 시간이 걸리는 만큼 지금은 마음이 안 좋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세종시 임장을 여러차례 했었습니다. 이전 직장 중 한 곳이 대전에 있었기 때문에 여러 번 다녀 왔었구요, 가장 최근의 임장은 작년 이맘때였습니다. 


작년 이맘때,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집을 너무 사고 싶어 했습니다. 그동안 무주택으로 지내왔는데, 이제는 정말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습니다. 어디를 사고 싶냐고 물어보니 '세종'에 사고 싶다고 했습니다. 서울에 사는 친구인데, 투자 목적으로 세종에 집을 사고 싶다고 했습니다.


친구에게 세법(1세대 1주택 비과세 등)과 실거주(다주택 불이익 등)를 이야기해 주며, 세종에 집을 사는 것 보다는 실거주 가능한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를 사는게 좋지 않겠냐고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쉽게 납득 하진 못하더라구요. 이 경우엔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설명하는 것 밖에 답이 없습니다. 친구와 함께 세종시 아파트를 보기 위해 곧바로 세종으로 출발했습니다.



세종시의 구도심이라 불리는 지역부터 보기 시작했는데요, 거리에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신축이 많은 지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이 곳에도 거리에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상가도 텅텅 비어 있습니다. 2020년 3Q면 여전히 Covid-19 상황이긴 하지만, 상가가 비어있는 모습이 애초에 상가 임차인 자체를 구하지 못해 비어있는 것 같았습니다. 특정 상가는 절반 이상이 공실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아파트 가격은 전용 84가 세종시 내의 어느 지역이든 9억 이상의 호가를 형성하고 있었고, 금강 뷰 내지는 세종시 내에서도 ‘좋은 지역’은 11~12억의 호가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2020년 4Q에 이 호가는 시장이 소화하며 실거래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전에 세종을 임장하던 때와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세종은 유동인구에 비해 늘 가격이 높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만큼 미래의 성장성이 있는 지역이고, 대부분이 신축 내지는 준신축급 아파트기에 상품성이 좋고, 또한 지역 자체도 애초에 계획도시라 구획 정리도 깔끔합니다. 부동산 가격에서 가장 중요한 ‘엄마의 마음’을 울릴만한 지역이 세종시입니다. 그래서 가격이 낮지 않음에도 시장에서 소화를 해 왔다고 생각하구요.


과거엔 그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임장했던 시기는 2020년이었습니다. 과거에 임장했을 때는 아직 입주중인 단지도 많았기 때문에 유동인구가 적은 게 이상하긴 해도 그러려니 싶었는데, 2020년에는 대부분의 단지가 입주를 완료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이정도로 유동인구가 적다는 것은 무언가 느낌이.. 달랐습니다. ‘세종시에 집을 사 두고 다른 지역으로 통근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아닐까?’ 하는 느낌이 첫번째, ‘수도를 옮기기 때문에 세종시에 일단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 둔 사람이 많은 것은 아닐까?’ 하는 느낌이 두번째였습니다.



유동인구에 왜이리 민감하냐고 말씀하는 분들도 계실 수 있는데요, 부동산을 임장하며 해당 지역을 구석구석 걷다 보면 그 지역의 특성이 보입니다. 지역의 평균연령도 느껴지고, 그 지역에서 어디로 많이 통근하는지도 느껴지고, 학교와 학원가의 특성도, 지역의 소득도 대략 느껴집니다. 그리고 ‘사람이 얼마나 많이 사느냐’도 느껴집니다. 이런 것들이 모여 최종적으로 그 지역의 특성이 되고요.


부동산 가격의 상승 압력이 강한 지역은 대체로 사람들이 많이 활동하는 지역입니다. 업무지구 인근에는 낮에도 일하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구요, 그렇지 않은 지역이라 하더라도 낮 시간에 부모님께서 아이와 함께 길을 많이 걷는 지역도 가격의 상승 압력이 대체로 강한 지역입니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시그널’이 있습니다.


이렇게 부동산을 임장하며 여러 느낌들을 종합해 보면, 대략적인 시세가 눈 앞에서 느껴집니다. 부동산, 특히 아파트 매매 시장은 상당히 효율적인 시장입니다. 거래량이 많은 지역은 상품 별로 2000만원의 시세 차이도 모두 정당화 될 만큼 상품의 가치가 효율적으로 평가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느낌이.. 유독 세종시에서는 많이 어긋났습니다. 유동인구가 너무 적고, 상가 공실이 이렇게나 많고, 젊은 사람과 아이들이 많은 것은 장점이긴 한데, 특출난 장점이 될 만큼 많지는 않았습니다. 제 경험 상의 부동산 가격 결정 함수에는 '지역의 소득'이 들어가 있었고, 지역의 소득을 추정하는 데이터로 '유동인구', '평균 연령층', '젊은층 및 어린이 비율', '엄마의 마음 프리미엄' 등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단 제 느낌이 틀렸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울과 세종은 느낌이 다를 수 있죠. 그래서 다른 방식으로 지역을 다시 평가했습니다. 정성적인 요소는 우선 제쳐두고, 세종시 자체적인 업무지구 및 인근의 업무지구 소득부터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소득에서 실마리가 풀리면 나머지 요소도 풀어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세종시에서 접근 가능한 업무지구를 살펴 보았습니다. 세종시 자체의 정부 및 공공기관, 그와 연관된 부수업무를 수행하는 기업들이 대부분이었구요, 그 외에는 이렇다 할 세종시 자체 업무지구가 없었습니다. 세종 스마트 산업단지가 들어올 예정이지만, 아직은 먼 미래의 일이고, 들어온다 해도 성공 여부를 알 수도 없었습니다. 산업이 고도화되어 갈 수록 전문가 네트워크가 중요해지는데, 이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서울, 판교, 광교 인근에 위치해야 수월합니다. 즉 고부가가치 산업은 자연스럽게 서울, 판교, 광교로 모이게 되는 것이고, 세종시에 인위적으로 산업단지를 만든다 해서 지역의 소득을 단기간에 크게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더군다나 2020년 당시 세종의 아파트 가격은 서울과 거의 유사한 상황이었는데, 새로운 산업단지의 근로자가 세종시 아파트 가격을 부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습니다.


세종시 근거리에 위치한 업무지구는 대전, 청주, 오송, 공주가 있습니다. 대전에 직장이 있고 세종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요, 다시 대전으로 돌아오는 분들도 적잖이 계셨습니다. ‘둔산 학군’ 이유도 컸고, 세종의 불편한 교통 이유도 컸습니다. 현실적으로는 대전 집값도 다시 오르기 시작하며 세종으로 나갔던 분들이 대전에 집을 사서 들어기도 하셨구요. 그 외 청주, 오송, 공주는 각기 배드타운이 잘 형성되어 있어 굳이 먼 세종에 거주해야 할 필요가 없는 지역들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이 업무지구들이 속한 지역의 소득 수준을 보았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면 되고요.




우선, 서울은 1인당 지역 총 소득이 130.9, 개인소득(가계 총 가처분 소득)이 114.9 입니다. 전국 평균이 100이니, 역시 서울 답습니다. (이러니 서울은 어지간해선 적당한 아파트 하나 사 두고 존버하면 평가차익을 낼 수 있습니다.) 서울과 업무지구를 상호 공유하는 경기도는 1인당 지역 총 소득이 102.5, 개인소득이 100.4입니다. 전국 평균 이상입니다. (경기도는 매우 넓은 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봐 주세요. 분당이나 광교는 이보다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세종은 1인당 지역 총 소득이 98.5, 개인소득이 97.0 입니다. 전국 평균 이하입니다. 그러면 세종이 레버리지하고 있는 인근의 업무지구(대전, 청주, 오송)는 어떨까요?


우선 대전의 1인당 지역 총 소득은 84.1, 개인소득이 100.5입니다. 대전지역의 총 소득은 세종보다 낮지만, 개인소득이 높아 가계 가처분소득이 더 많습니다. 세종 입장에서는 대전의 수요가 세종 집값의 상승 모멘텀을 더해준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도 대전의 유출인구는 세종으로 가장 많이 갑니다. 다만 세종과 대전은 자동차로만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전의 소득이 세종으로 이전되는 데에는 제약이 다소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세종의 부족한 철도(고속철도 및 도시철도)가 주택 가격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입니다. 세종은 행정수도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주변 지역의 소득을 이전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근 지역과의 교통여건(고속도로, 간선도로, 고속철도, 도시철도 등) 개선 및 서울-세종 간의 교통여건 개선 이벤트가 발생할 때 세종의 주택가격 상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청주와 오송이 위치한 충북은 1인당 지역 총 소득이 91.9, 개인소득이 92.3 입니다. 세종보다 낮습니다. 이 두 지역은 아마도 세종의 주택가격 상승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데이터를 보니 ‘서울과 거의 유사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세종 아파트는 오버슈팅 상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기는 2020년 3Q였구요. (‘천도’라는 이벤트에 프리미엄이 붙은 상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산 가격은 시장이 소화할 수 있어야 올라갑니다. 집값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 아파트의 중위 가격이 11억 수준인데, 이 가격을 형성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서울이라는 지역의 소득입니다. 세종은 2020년 3Q에 서울과 거의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음에도 소득 및 소비, 그리고 교통에 있어서 서울 대비 뚜렷한 장점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물론 서울보다 공기 좋고 물 좋긴 한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연환경보다는 거주 및 보육 편의성을 더 선호합니다.)




2020년 3Q 세종시의 가격은 왜 오버슈팅 된 것일까요? 저는 친구의 생각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천도로 인한 기대심리’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세종시가 수도가 되면, 어떻게든 산업체와 인구 유입이 늘어나며 지역 소득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세종시의 가격을 오버슈팅으로 이끈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즉 ‘천도 이벤트 프리미엄’이죠.


아무튼 그 친구는 저와 진하게 세종시를 임장한 뒤 서울에 아파트를 샀습니다. 2020년 3Q만 해도 세종과 서울 아파트 가격 차이가 별로 안 났었거든요. 당시의 세종은 지금 안 사면 큰일날 것 같은 장밋빛이었는데, 그에 비해 서울은 그냥 무난하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친구도 이런저런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과적으로 지금은 잘 한 선택이었다고 얘기해 주네요.



부동산에도 마켓 타이밍이 존재합니다. 세종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유동인구와 소득 별로 가격을 상대비교해 보는 것도 마켓 타이밍을 가늠해볼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상대비교만으로 불안하다면, 해당 지역의 가구별 평균 소득 통계를 이용하여 몇 가지 가상 주택구매 시나리오를 설정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서울 및 수도권은 어지간해서는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특히 사방이 막혀 있고 도시재생이나 그린벨트 해제 외에는 신규 공급이 불가능한 서울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부동산의 특징인 ‘독점’, ‘대체재 없음’이 가장 강력히 발휘되는 지역이죠. 하지만 인구밀도가 낮아지는 지역일 수록, 주변 땅값이 저렴한 지역일 수록, 부동산의 특징인 ‘독점 및 대체재 없음’의 장점은 희석됩니다. 인구밀도가 낮기 때문에 거래량도 적어지며 시장이 덜 효율적으로 바뀔 수 있구요. 덜 효율적인 시장은 ‘저평가된 물건을 살 확률이 높다’는 의미기도 하지만, ‘고평가된 물건을 살 확률도 높다’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투자를 하다 보면 ‘좋은 물건을 좋은 시점에 사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좋은 물건이라도 안 좋은 시점에 사지 않는 것’ 또한 매우매우 중요합니다. 세종시는 분명 좋은 지역입니다. 하지만 세종시를 매수해야 할 시점이 있었고, 참고 기다려야 할 시점도 분명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제 세종시를 매수해야 할 타이밍일 지도 모릅니다. 이런 시즌에 소위 RR(로열 동, 로열 층)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세종시에 너무 혹평을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 면에서 세종시를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산업의 확장과 인구 유입이 확정된 지역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세종은 그 중 하나이고, 정책 자금이 투입되는 지역이기에 기간 조정이 길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머지 않아 다시 상승흐름으로 돌아설 것이라 생각합니다. 혹여나 이 글로 인해 기분 상하셨다면 미리 사과드립니다. 모쪼록 부동산 매수 결정에 조금의 보탬이라도 되시면 좋겠습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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