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상승 사이클, 정부에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오플린입니다. 서울 및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전고점에 다다르자 부동산 규제 정책도 다시 가동되고 있네요. :)
오늘 발표한 규제 정책은 택지 공급에 관한 내용인데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수도권에 하반기 2만 호를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신축 소형 비아파트 구입 시 세제지원, 주택 청약 시 무주택으로 인정되는 소형 주택의 범위를 확대한다고 해요.
신축 소형 비아파트는 실무적으로 빌라를 말합니다. 그간 빌라는 서울 및 수도권 주거 안정 기능을 수행해 오고 있었어요. 하지만 국민 소득이 높아지며 빌라에 대한 비선호도가 높아졌고, 다주택자 규제를 통해 주택 임대 시장에서 빌라가 기피 자산으로 바뀌면서 매매 거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고요. 그러다 보니 빌라의 매매 가격이 낮아지고 전세 가격 또한 시장 하락기를 맞에 크게 낮아졌습니다. 이로 인해 빌라 중심으로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태 (소위 "전세 사기"로 알려진 사건들)를 대규모로 유발하기도 했고요.
이런 배경으로 이제는 빌라를 잘 짓지 않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당연히 주택 공급을 통한 주거 안정 기능도 약화되었고요. 신축 소형 비아파트에 대한 세제 지원은 이런 배경에서 이루어지는데요, 현실적으로 큰 역할을 하기는 어려운 정책으로 보입니다.
이제 오늘 발표의 핵심, "그린벨트 해제하여 수도권에 하반기 2만 호 추가 공급하겠다"라는 내용을 살펴봅시다.
아래는 국토교통부 브이월드에서 제공하는 그린벨트, 정확한 명칭으로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현황과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그린벨트 지정 현황입니다.
서울 지역의 그린벨트 중 주거지로 개발 가능한 지역은 강남 내곡과 세곡, 서초 우면 인근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관악, 강서, 은평, 종로, 성북, 강북, 도봉, 노원 등에도 그린벨트가 위치하지만 대부분 산악 지형으로 주거 용지로 개발이 어려운 지역이죠. 강서구의 그린벨트는 김포공항이 위치해 있어 개발이 불가능하고, 인접한 지역에 3기 신도시 부천 대장지구가 이미 개발 중에 있기도 합니다.
경기도에서는 상대적으로 매우 넓은 지역으로 그린벨트가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의 그린벨트는 대부분 해제된 상태입니다. 과천이 남아 있긴 합니다만, 과천 그린벨트를 해제한다고 하더라도 주택 가격 상승 억제 효과를 누리기는 현재로서는 어렵습니다. 만약 정부에서 과천의 그린벨트를 해제한다면 '과천마저 개발해서 주택을 공급해야 하는 상황'으로 인식할 것이고, 가격 추가 상승이라는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에요.
수도권의 그린벨트 지정 현황을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명확합니다. "그린벨트가 해제되더라도 경쟁력 있는 입지의 주택 공급은 어렵다"라는 거죠. 즉 입지를 결정하는 세 개의 기둥, 직장/교육/교통을 만족하는 용지 공급은 어려운 상황입니다.
서울 강남의 내곡과 세곡, 서초 우면 인근에 그린벨트를 해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지난 상승장에서 보아온 것과 같이 서울시에서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린벨트 해제 대신 서울시가 보유한 대체 부지를 내어주는 식으로 전개될 수도 있고요.
경기도의 경우에는 앞서 말씀드린 과천에서의 설명처럼 서울과 인접한 지역의 그린벨트 해제는 되려 주택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 택지 공급은 주택 공급에서 최후의 보루인데요, 이 카드를 사용한다면 정부는 주택 가격 억제 방법 중 하나를 영구히 잃게 됩니다. 세제 정책은 규제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역적이지만, 그린벨트 해제는 한 번 해제하면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적 선택이기 때문이에요. 정부는 아직 본격적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할 생각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규모에서도 크지 않습니다. 2만 호 공급 가능한 토지를 연말까지 제공하겠다는 계획인데, 서울시의 적정 주택 공급량은 연간 5만 호입니다.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까지 고려한다면 연간 15만 호 이상은 공급이 되어야 적정 수준이고요. 그중에서 2만 호를 공급한다는 것은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가 낮은, 소규모의 정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기 또한 문제입니다. 주택 시장 냉각으로 인해 서울 및 수도권의 아파트 공급은 크게 감소했습니다. 서울시의 경우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3만 5천 호가량을 시장에 공급합니다. 이는 매년 1.5만 호가 3년 동안 총 4.5만 호 부족한 상황이라는 의미이고요, 양적 팽창이 완료된 서울의 특성상 지난 10년간 과잉 공급된 적도 없습니다. 이 공급량은 2025년에 2.5만 호 수준으로 한차례 더 줄어들고, 2026년에는 1만 호 이하로 떨어집니다. 주택 공급까지는 착공 후 2년이 소요되므로 현시점에서 서울의 2025년 공급 부족은 결정된 사안이고, 2026년 또한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공급하는 2만 호는 토지 공급을 말합니다. 연말까지 2만 호를 지을 수 있는 토지를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공급하겠다는 의미이고, 여기에서 집을 짓는 건 추가로 2~3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길게는 4~5년까지 소요될 수 있고요. 서울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3~5년 뒤 수도권에 2만 호를 추가 공급하더라도 서울의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는 어렵습니다.
경기도의 경우 매년 10만 호는 꾸준히 공급되어야 수요와 공급이 안정적입니다. 지난 상승장에선 경기도 전체 기준으로는 상당한 과잉 공급이 이루어진 상황입니다. 다만 내년부터는 공급이 과소 공급 수준으로 감소하네요. 올해는 약 11만 호 가량이 공급되고, 2025년에는 6만 5천 호, 2026년에는 5만 호 수준으로 공급이 줄어듭니다.
경기도가 꽤 넓기 때문에 전체로 보기보다는 일부 지역을 떼어 보는 게 더 적절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성남시를 살펴보면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성남시의 경우 과거의 과잉 공급 수준이 높지 않았고, 전체적으로 볼 때 과소 공급에 가깝습니다. 경기 성남의 주택 가격이 방어되는 이유 중 하나죠.
요약하자면 그린벨트 해제 규모는 주택 2만 호 규모인데, 이 규모는 2~3년 후 서울의 적정 공급량에도 미달합니다. 경기도의 경우 과거에는 과잉 공급이 있었지만 현재는 해소된 상황이고, 2~3년 후 공급량에서 이번에 언급된 2만 호가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이고요. 즉 토지 공급 면에서도, 공급 시기에서도 대세에 영향을 주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서울 근교에 그린벨트를 해제하더라도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는 3기 신도시가 이미 수도권의 경쟁력 있는 입지에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3기 신도시 규모는 20~24만 명 수준인데, 아래와 같이 수도권에서 서울 접근성이 우수한 지역으로 조성 중입니다.
위 수도권 주요 신도시 현황을 보면 알 수 있듯, 3기 신도시 지정 당시에도 이미 서울 접근성이 우수한 지역의 그린벨트는 대부분 소진된 상황이라 입지에 아쉬움이 있습니다. 3기 신도시 중 입지가 가장 우수한 과천은 4천 세대 수준의 규모로, 사실 신도시 지정 규모에 미달합니다. 입지가 좋지만 시장에 영향을 줄 규모는 아니죠. 그다음으로 입지가 좋은 곳이 고양 창릉인데요, 깨끗하게 잘 개발될 것으로 보이지만 직장 접근성이 아쉽습니다. 부천 대장은 서울과 가깝기는 합니다만 역시 직장 접근성이 떨어지며, 김포공항 바로 옆이라 비행기 소음에 노출되어서 선호하는 입지로 자리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요.
이와 같이 3기 신도시 지정 당시, 서울 근교의 경쟁력 있는 그린벨트는 이미 소진되었음을 재차 확인한 상태입니다. 즉 이번에 2만 호 규모의 그린벨트 해제 신규 택지 공급이 이루어지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발표한 정부의 주택 규제 정책은 정부가 주택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정부가 수도권 부동산 가격 재상승을 우려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그린벨트 해제 메시지를 시장에 던져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려는 것 같고. 수도권에 한해서는 더 이상 가격 하락이 발생하기 어렵다고 보는 듯합니다. 그린벨트 해제 정책은 꼭 실현되는 일은 아닙니다. 메시지를 던져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고, 실제로 해제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아요.
주택 규제 정책은 가격 상승 속도를 낮출 수는 있으나, 가격 상승 사이클을 꺾을 수는 없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선진국들도 가격 상승을 지연하기 위해 시행합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오늘의 정부 규제 정책 발표는 수도권 주택 가격, 특히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상승 사이클에 들어와 있음을 확인시켜준 내용이었습니다.
내 집 마련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