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내러티브의 다음 챕터에 해당하는 글을 퇴고하고 있다.
지인과 몇 마디 대화 이후에 오독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 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문제는 게임에 제법 익숙한 사람조차도 이번 챕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게임에 관심 없는 사람이 이번 챕터의 글을 읽을 수 있을까...
조금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다음 챕터부터는 조금 쉬운 내용이 나오지만, 이번 챕터가 고비다.
누구나 한 번에 이해할 수 있을 법한 쉬운 글을 쓰고 싶지만
'게임'이라는 소재 자체가 마니악하다 보니 그러기가 쉽지 않다.
공학 관련 전공 서적을 쓰면서 공학 용어를 하나도 쓰지 않고 글을 쓰는 게 가능한가?
만약 그게 가능하더라도
낯선 공학 용어를 공학에 전연 관심 없는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을 법하게 풀어쓰려면
분량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날 것이다.
아니면 글의 깊이를 아예 없애고 표면적인 부분만 다루던가.
예전에 언론사 시험을 준비할 때 중학교 2학년짜리도 읽을 수 있을 만큼 쉬운 글이 좋은 글이다.
이런 말을 들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불가능에 가까운 말이다.
중학교 2학년의 평균 지적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느냐는 차치 하더라도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배경 지식이 전부 다 다르기 때문이다.
가령 공학 대학 교수에게 고등학교 수준의 벡터 개념은 너무나도 껌이겠지만
평생 수학과 담쌓은 문학도라면 그 정도 개념도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소설의 낯설게 하기 같은 용어는 문학도에게는 기본 중의 기본이겠다만
공학 대학 교수는 저 개념을 잘 모를 수도 있다.
샤츠슈나이더의 발언을 빌려보자면, 전문가조차도 어느 한 분야에 관해서는 전부를 알고자 하면서도 그 밖의 많은 것들에 대해서는 무지하기를 선택한 사람들일 뿐이니까.
누구나 다 알법한 쉬운 내용을 어려운 단어로 포장하려 드는 글은 나쁜 글일 것이다.
하지만 낯선 내용에는 낯선 용어와 그에 따른 설명이 필요하다.
적어도 내 글쓰기 실력만으로는 이 간극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