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의 두 가지 기능, 제한과 행동 유도성이란 무엇인가
게임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게임의 규칙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 잘 와닿지 않는 모양이다.
연재로 넣을 글은 아니고, 간단하게 현실 사례를 들어서 설명하는 게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분들에게 가장 친숙한 사례인 브런치 앱을 사례로 들어 설명해보겠다.
브런치에서는 글을 발행하기 전 키워드를 선택한다.
키워드를 선정할 수 있는 개수는 최대 3개까지다.
다수의 브런치 작가분들이 이런 의문을 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왜 키워드를 3개만 설정해놓게 제한을 걸어뒀지?라고 말이다.
키워드 제한에 불만을 품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의문은 브런치 앱(애플리케이션)을 열면 풀린다.
브런치 앱에서 브런치 나우 버튼을 눌러보자.
위 사진처럼 특정 주제에 부합하는 글들이 선별되어 독자들에게 드러난다.
브런치 나우에 보이는 주제는 브런치 측에서 매일마다 바꾼다.
주제별로 글을 구분하는 기준은 브런치 작가가 발행 전에 선정한 키워드다.
글을 발행하기 전에 브런치 작가가 키워드로 '농구'를 선택하면 위 사진의 농구/배구 분석란에 글이 발행된다.
지금까지 정리한 브런치의 규칙을 간단하게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1. 브런치 작가가 발행하기 전 키워드는 최대 3개까지 선정할 수 있다.
2. 브런치 나우에 선정되는 글은 작가가 발행하기 전에 선정한 키워드에 따라 선별된다.
브런치 측에서 키워드 3개라는 규칙을 없애버렸다고 가정해보자.
이제 브런치 작가는 키워드를 수십 개든, 수백 개든 마음껏 선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 브런치 앱이 어떻게 될까?
일부 브런치 작가들은 자신의 글을 브런치 나우 메인 섹션, 더 나아가 Daum 포털 메인과 같은 '프런트 영역'에 노출시키기 위해 자신의 글과 전연 상관없는 키워드를 선정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게 행할 것이다.
키워드에 따라 글을 주제별로 선별하여 독자에게 보여주는 브런치 나우는 해당 주제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글들이 넘치게 된다.
결과적으로 브런치 앱 자체가 엉망이 된다.
그래서 키워드 선정 횟수에 제한을 거는 것이다.
키워드를 고를 수 있는 개수가 왜 '3개'인지, 거기까지는 알 수 없다.
심각한 고민의 결과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택할 수 있는 키워드에 제한을 걸어야 하는 이유만큼은 자명하다.
규칙이 가지고 있는 '제한' 기능에 대해서는 설명했으니 이제 규칙의 '행동 유도성'에 대해 설명해보자.
선택할 수 있는 키워드의 개수는 3개로 매우 한정적이다.
이제 브런치 작가는 한정된 키워드만 가지고 자신의 글을 브런치 메인 섹션, 나아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노출시켜야 한다.
쓸데없는 키워드를 넣는 건 독이다.
최대한 전략적으로 키워드를 선정해야 자신의 글이 브런치 메인 섹션에 최대한 많이 노출된다.
브런치 작가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글을 최대한 많이 노출시키기 위해 키워드 선택에 골몰하게 된다.
키워드 3개라는 규칙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브런치 작가는 필요한 키워드만 글에 넣으려 할 것이다.
즉, 브런치 작가가 키워드 선택을 전략적으로 고민하도록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게 규칙이 갖고 있는 '행동 유도성'이라는 기능이다.
게임 역시도 마찬가지다.
게임 기저에 깔려 있는 규칙을 통해 플레이어의 행동을 제한하고, 특정한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게 만든다는 게 이런 의미다.
이 정도면 게임 규칙의 두 가지 축, 제한과 행동 유도성에 대해 설명이 됐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