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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현 Sep 04. 2019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 커뮤니티 비즈니스

우리들을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불러내고 있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들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뜨고 있다.


| 사진 = 크리에이터 클럽


 2019년 스타트업씬에서 유독 눈에 띄었던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커뮤니티'입니다. 올해 초 독서모임 커뮤니티 서비스 ‘트레바리'가 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화제가 되었었는데요. 트레바리를 오랫동안 지켜봐 왔던 사람들은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는 비즈니스라고 얘기하지만, 일각에서는 어떻게 단순한 ‘동아리’ 같은 독서 모임이 50억 원이나 투자를 받냐며 의구심을 품기도 했습니다.

(참고 - 독서모임 커뮤니티 서비스 ‘트레바리',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50억 투자 유치) 


 하지만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분야가 분명합니다. 트레바리와 같은 독서 모임의 형태뿐만 아니라, ‘살롱 문화'라 일컫어지는 작지만 심도 있는 모임의 형태가 대중들 사이에서 유행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나 예상보다 젊은 세대들이 이를 찾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열정에 기름붓기'가 운영하는 소셜 살롱 비즈니스인 ‘크리에이터 클럽’입니다. 크리에이터 클럽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오프라인 공간에서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서비스를  멤버십 형태로 운영하는 서비스로, 젊은 세대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 강남에 2호점을 열기도 했습니다.


| 사진 = 남의집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돈 주고 산다는 것이 낯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커뮤니티 서비스는 확실히 유행을 타고 있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낯선 사람들에게 자신의 집 거실을 공유하는 서비스가 투자를 받았습니다. 이제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러 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집으로 초대하는 것 역시 비즈니스가 되어 가고 있는 흐름이라는 것이죠.

(참고 - 취향 기반 거실 여행 서비스 ‘남의집’ 3억 투자 유치)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찾는 이유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특징은 꽤 명확합니다. 한 번에 상대하는 사람의 수는 적지만, 그만큼 더 밀도 있는 관계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대중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소셜 미디어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특징이기도 합니다. 즉, 소셜미디어와 같은 온라인 공간에서의 얕고 느슨한 관계에 지친 사람들이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인원은)적지만 밀도 있는 관계를 쌓을 수 있는 오프라인의 영역으로 자신들의 활동처를 옮기는 추세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 - SNS로 넓어진 관계, 가지 치는 사람들)


| SNS에 싫증난 사람들. 사진 = 비즈니스 인사이더


 그리고 이러한 커뮤니티 서비스를 찾는 세대들은 대부분 밀레니얼 세대들입니다. 이들의 대표적인 특징은 본인의 취향이 명확하다는 것입니다. 보편적인 유행을 따르는 것보다, ‘소수의 취향'더라도 본인만의 것을 추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과 취향이 비슷한 사람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를 발견한다는 것은 이들에게 굉장히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참고 -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는 시대, 이제는 ‘소수의 취향'에도 이해와 존중이 필요할 때)

(참고 - ‘취향'이 중요한 시대,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개인의 취향'을 내세우는 소비자들)


 또한 이들은 자기 계발에 대한 욕구가 강합니다. 단순히 스펙을 쌓고 싶어 한다는 의미와는 다릅니다. 이들은 보다 생산적인 활동을 하길 원합니다. 취미 활동을 하더라도 자신의 (지적이든 심적이든)성장에 도움이 되는 취미를 갖고 싶어 합니다. 최근 독서 모임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운동’을 중심으로 모이는 커뮤니티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참고 - “밀레니얼 세대 자기 계발 강박증 갖고 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성공을

결정짓는 4가지 요소


 정리해보면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좁지만 깊은 관계를 원하고, 본인의 취향이 확고하며, 자기 계발에 대한 의지가 강한 밀레니얼 세대를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성공을 결정짓는 가장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함께 고민이 필요한 4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입니다.

 커뮤니티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은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로만 보기가 어렵습니다. 커뮤니티에 참가한다는 것은 구매+소속이 함께 이뤄지는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어딘가에 소속된다는 것은 현재 나의 상태를 대변하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가령 트레바리를 이용한다는 것은 ‘요즘 책을 읽는 것에 관심이 있다’를 대신 말해주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무엇보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덴티티가 명확하지 않으면, 고객 역시 이 브랜드가 나를 어떻게 대변해 줄지 모르기 때문이죠.


| 명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중요하다. 사진 = 넉아웃글로벌


 가령, 여러 운동 커뮤니티 중에서도 ‘넉아웃(KNOCKOUT)’은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이 아닌 ‘나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것’과 ‘본인 스스로 삶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의 운동에 집중합니다. 따라서, 이런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공감하는 고객이라면 다른 운동 커뮤니티들보다 넉아웃을 찾을 수밖에 없겠죠.   


 두 번째는 콘텐츠입니다.

 콘텐츠의 영역에서는 2가지를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어떤 취향을 다룰 것인지’와 ‘어떤 자기 계발적 욕구를 충족시킬 것인지’. 개인적으로는 ‘독서’, ‘운동' 그리고 ‘언어'라는 콘텐츠가 이 요소들을 아우르기 가장 좋은 콘텐츠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기본적으로 ‘자기 계발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콘텐츠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어떻게 세분화할 것이냐 즉, 어떤 취향을 만족시킬 것이냐에 대한 고민만 잘 해낸다면 충분히 차별화될 수 있습니다.


| 다양한 주제의 클럽. 사진 = 트레바리


 가령, 트레바리는 단순히 책을 다뤘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 아닙니다. ‘어떤 주제’들로 모임을 만들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콘텐츠들을 다루더라도, 콘텐츠의 종류 자체로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세 번째는 구성원 간의 교류입니다.

 먼저 어린 시절 학원을 다닐 때를 떠올려봅시다. 학원은 여러 학생들이 같은 공간에서 같은 목적으로 오랜 시간을 함께 앉아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우리 중에서 아무도 학원을 커뮤니티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학원은 방향이 일방적이기 때문입니다. 즉, 커뮤니티의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교류의 방향이 쌍방향을 넘어 입체적이어야 합니다.


 교류의 방향뿐만 아니라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것은 충성 고객을 만드는 것과도 관련이 있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트레바리의 ‘파트너' 제도입니다. 트레바리에서 ‘파트너’는 특정 독서 모임의 운영자 역할을 하는데요. 이들은 모두 일반 멤버에서 시작하여 따로 신청을 하는 방식으로 파트너가 됩니다. 물론 그에 따른 혜택이 있긴 하지만 그것보다 결정적인 것은 파트너가 됨으로써 커뮤니티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위치와 권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트레바리는 올해부터 파트너를 관리하는 파트너셀(조직)을 신설하기도 하였습니다. 


 마지막은 오프라인 공간입니다.

 오프라인 공간은 커뮤니티의 주요 활동이 이뤄지는 곳입니다. 어떤 공간에서 활동이 이뤄지느냐는 고객의 커뮤니티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과 경험에 생각보다 크게 관여합니다. 아무리 멋진 피트니스 콘텐츠를 운영하는 커뮤니티더라도 허름한 체육관에서 운동을 한다면, 집으로 돌아갔을 때 기억에 남는 것은 허름한 체육관의 분위기뿐입니다. 때문에 실제로 많은 커뮤니티들이 공간에 대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것은 많은 공유 오피스들이 다수의 커뮤니티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이미 세련된 인테리어의 공간을 확보해두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어떤 콘텐츠든 기본 이상의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조명, 프로그램 등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공간 분위기. 영상 = 넉아웃글로벌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가능성과 한계 


 저는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한순간의 유행으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잘 될 것 같은 몇 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인데요.

 

 첫 번째는 팬을 만들기 유리한 구조의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점입니다.

 기본적으로 대규모를 상대하는 비즈니스가 아니기 때문에 한 고객과의 접점이 다른 비즈니스에 비해 많습니다. 또한, 오프라인에서 고객을 상대하기 때문에 고객의 피드백(표정, 행동)을 즉각적으로 캐치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 관리 측면에도 용이합니다. 즉, 상대적으로 고객을 충성 고객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포인트들이 많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사람 대 사람으로 마주하게 되는 커뮤니티의 익명을 상대하는 비즈니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악성 고객의 비율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장점도 있죠. 


 두 번째는 앞서 말한 것처럼 밀레니얼 세대들의 니즈가 명확하다는 점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매스(mass)가 없는 시대입니다. 각자가 개인으로서의 존재감을 더욱 명확히 내세우고 있습니다. 즉, 고객이 세분화되어 가고 있는 양상입니다. 커뮤니티는 이러한 세분화된 니즈를 충족시키기에 용이한 구조입니다. 소셜 살롱 문토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취향이 통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슬로건 하에 다양한 니즈에 기반한 모임을 개설함으로써 이들의 세분화된 취향을 충족시켜주고 있죠. 


 마지막으로 ‘사람 간의 교류’를 다루는 비즈니스는 10년 후에도 사라지지 않을 영역입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10년 후에도 변하지 않을 것들로 의.식.주를 뽑았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자면, 커뮤니티 역시 그렇습니다. 사실 커뮤니티 즉, 공동체라는 것은 인류의 모습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단 한 번도 공동체를 벗어난 삶을 산 적이 없죠. 인간(人間)이라는 단어 또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의미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곧 우리의 삶이죠.


| 흔하게 볼 수 있는 우리들의 모습.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오히려 사람 교류를 저해하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미래에는 심하면 더 심했지 이러한 양상이 완화될 것 같아 보이진 않습니다. 때문에 그럴수록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하고 싶은 욕구는 계속해서 커지지 않을까란 막연하지만 그럴듯한 추측을 해볼 수 있습니다. 


반면 한계 역시 명확합니다 


 일단, 규모가 커질수록 품질 관리가 어려워집니다.

 사실 품질 관리가 어려워진다기보다는 니즈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고객의 수가 늘어나게 된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팬을 만들기 쉬웠던 구조였던 것처럼, 고객이 늘어날수록 그렇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는 고객이 늘어날 확률이 높습니다. 그것은 콘텐츠적인 측면에서의 불만족일 수도 있지만, 커뮤니티 내에서 본인의 존재감이 이전보다 작아지게 된 것에 대한 불만족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이전만큼의 효용을 주는 것은 이전에 비해 굉장히 난이도가 높은 작업일 것입니다. 


 두 번째로, 무료의 영역에서도 잘 운영되는 커뮤니티가 많다는 점입니다.

 사람 간의 교류라는 것이 사실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매일 겪고 있는 일상이기 때문입니다. 즉 이러한 일상적인 교류를 특별한 것으로 만든 것은 어쩌면 콘텐츠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포장했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지불할 만한 값어치를 하는 콘텐츠들도 분명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아리, 소모임이라는 것은 사실 굉장히 오래전부터 존재해왔고, 지금도 무수히 많은 모임이 유지되어오고 있는 만큼 어쩌면 콘텐츠가 부실한 커뮤니티는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급격히 무너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마케팅과 브랜딩의 힘으로 그것이 잘 유지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로 가장 어려운 변수, ‘사람'이라는 변수에 취약합니다.

 커뮤니티는 누가 모여있는 곳인지가 그들의 브랜드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어쩌면 그곳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가 곧 그 브랜드를 정의 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대부분의 커뮤니티들은 고객에 대한 별다른 필터링 과정이 없습니다. 굳이 있다면, 비싼 가격 자체가 진입장벽이 역할을 하는 정도이죠. 많은 커뮤니티들이 이런 상태에서 커뮤니티 내에 이슈가 될 만한 사람이 들어왔을 때 이를 처리하는 방식이 굉장히 정성적입니다. 시스템으로 이를 방지하기에는 변수가 너무나도 많은 것이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개방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커뮤니티의 브랜드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의 시스템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이냐에 대한 부분이 앞으로 많은 커뮤니티들이 고민해야 할 영역이 될 것입니다.




더 멋진 커뮤니티를

기다리며 


 일전에 트레바리 윤수영 대표님의 인터뷰 중에서 ‘책 <나 홀로 볼링>은 볼링 클럽이나 포커 클럽만  많아져도 세상이 좋아진다는 걸 수치로 증명해놓았더라'라는 내용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책 내용이 궁금해서 조금 더 찾아보니, 이러한 활동들로 인해 생기는 ‘사회적 자본'이 결국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에 기여한다는 것이었죠.

| 다양한 취향을 다루는 커뮤니티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사진 = 문토


 그런 의미에서 최근 들어 계속해서 많은 소셜 살롱, 커뮤니티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건 굉장히 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이슈들로 인해 사람들이 계속해서 갈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요즘, 이러한 커뮤니티들이 나아가서는 서로 간의 ‘사회적 자본'을 쌓는 데에 분명히 큰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죠. 


앞으로도 더 멋진 커뮤니티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길 기대하며 긴 글 마치겠습니다.




*이 글은 IT&스타트업 미디어 Cracker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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