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2년 안에 무조건 돈 버는 부동산 투자 시크릿' 리뷰
나에게는 아주 기념비적인, 부동산 관련 첫 책이다.
'딱 2년 안에 무조건 돈 버는 부동산 투자 시크릿'. 제목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과 손길을 끌어낼 만한 매력적이다. 부동산 하락장이라 이제는 이 저자의 법칙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위기일수록 공부하고 대비해야 하기에, 그동안 너무나 무지했던 부동산 분야에 대한 책을 하나 집어 들어 봤다.
결론적으로는, 부동산 지식이 많지 않은 초보자들이 간단히 초석을 다지기에 괜찮은 책이다.
보수적이고 안정주의적인 집안에서 나고 자란 나로서, 이렇게 대놓고 '돈'에 대해 이야기하고 탐닉하는 책을 골라 드는 것 자체가 큰 용기였다.
제대로 공부조차 안 해봐 놓고, 부동산 투기꾼들이라고 싸잡아 욕하는 네이버뉴스 댓글러들에게 나도 모르게 동화가 되었던 것인지. 어느 순간부터 '부동산'이란 단어 뒤에 붙는 '투자'라는 단어는 나도 모르게 '투기'로 읽히고 들리게 됐다.
하지만 누구든 자신이 부족하고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분야에 있어서 잘 나가는 사람에게는 불편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나 역시 부동산으로 부자가 되면 당연히 좋겠지만 그러지 못하고, 잘 모르는 분야기 때문에 오히려 더 외면하고 멀리 했다. 그렇게 잘 모르는 것은 싫어하는 것이 되고 점점 더 나의 약점이 되었다. (이런 자의식을 깨닫게 된 것조차 '역행자'를 읽고 나서 라니, 자청님 땡큐다)
욕하고 멀어질 것이 아니라, 이 사람들은 왜 부자가 됐는지, 어떻게 부자가 됐는지, 그리고 왜 점점 부자가 되는지 물어보고 직면하고 싶어졌다.
사람이 살면서 반드시 필요한 의식주 중에, '주'인 부동산을 사고파는 것만 특히나 '투기'로 매도되는 이유는 그만큼 큰 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겠다. 남의 운은 나의 불행이라고, 부동산을 통해 부를 얻은 사람들이 그저 '투기꾼', '도박꾼'들처럼 한방을 노리고 부동산을 사고파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부동산 투기꾼이나 도박꾼도 있겠지만, 그들은 대운이 따르지 않는 이상 오랜 기간 계속 부자로 남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동산 책을 읽고 부동산 공부를 하면 할수록, 부동산을 잘하는 사람들에게 부동산은 투기가 아님을 깨닫는다. 오히려 '철저한 분석과 공부'에 '실행력과 피나는 노력'을 더해야만 지속할 수 있는 고급 노동이다.
부동산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의 루트를 보면, 대부분 직장인으로서의 한계를 느껴 부동산 공부를 한 케이스가 많다. 나와 비슷하게, 이들은 아무래도 하루의 반 이상을 직장에서 보내기 때문에, 직장 생활을 하기 전 새벽이나 퇴근 후 시간을 갈아 넣어 부동산 공부를 하고 입지를 분석한다. 그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주말에는 가족들을 데리고 임장을 다니기 바쁘다. 그렇게 공부하고 분석하고 그래프를 그리고, 공인중개소에 전화로 임장을 하고 현장 답사 및 현장 공인중개소 임장을 하고, 경제 뉴스에 관심을 가지고 세금에 대해 빠삭해야 한다. 그래야 부동산 투자라는 것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최소한 이 정도의 노력을 해본 적이 있는 직장인이라면, 쉽게 이들을 욕하지 못할 것이다. 욕이 나온다면, 그만큼 당신은 이들을 부러워하고 있다는 반증일 뿐일지도?
이 책의 저자 세빛희 님 역시 30대 후반에 워킹맘, 맞벌이맘, 15년 공무원 생활의 한계를 깨닫고 새벽 4시에 기상해 부동산, 경제 공부를 하는 것으로 부자가 되는 길에 한 걸음을 뗀다. 공무원 월급으로는 큰돈을 마련할 수 없게 되자, 살고 있던 오래된 집을 팔고 월세로 들어가면서까지 종잣돈을 만들어 확신을 얻은 곳에 투자를 하며 부동산 투자자의 삶을 시작한다. 그렇게 블로그를 쓰고, 유튜브도 시작하며 꾸준히 준비한다. 그리고 그녀는 40세에 퇴사를 한다.
나는 그녀의 삶에 너무나 공감한다. 내가 부자가 되고 싶은 이유와 상황과 너무나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워킹맘으로서 육아와 회사일을 병행하자니, 돈은 안모이고 몸과 마음은 축나는 중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부자가 되려면 부자가 하는 대로 따라 하라기에, 앞으로도 조금씩이나마 이렇게 회사생활 전후로 글을 쓰고, 부동산 공부를 해보려고 한다.
이 책의 장점은 꽤 많지만, 나에게 와닿았던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1. 그동안 부동산에 대해 애매하게 감으로만 느끼고 있던 부분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준다.
2. 소액으로 지방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내가 왜 집을 사고 싶어 했는지, 어떤 집은 이상하게 끌리고 어떤 집은 이상하게 피하고 싶었는지, 그 이유를 수치화하고 지도로 표현할 수 있었다는 점이 충격적이었다.
- 전세가격이 매매가와 큰 차이가 없을 때, 아마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돈이면 조금 더 보태서 매매를 하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매매가격지수와 전세가격지수 비교)
- 신축 대단지가 여기저기 들어서면 전세가격이 떨어지고, 이 가격이 매매가에 비해 너무 저렴하면 결국 매매가격이 떨어지는 걸 자주 목격했다. (미분양이나 입주 물량 과잉 공급은 곧 매매가격 하락으로 이어짐)
- 나는 줄곧 판교나 잠실, 과천에 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 지역들은 꼭 오를 지역의 특징인 직주근접/학군/자연환경근접/호재/상권이 좋은 편이었다.
결국 우리가 선호하는 아파트가 어디일지, 굳이 가보지 않아도 사이트 몇 개와 그래프 몇 개, 지적도만 봐도 다 알 수 있게 된다. (물론 진짜 공부가 되려면 임장은 꼭 해야 한다.)
내 입장에선 항상 서울에 진입하는 게 꿈이었고, 더 좋은 집으로 이사 가는 것에만 초점을 뒀는데, 투자의 관점으로 보면 사실 서울은 가성비가 좋지 못하다는 점도 신선했다. 실제로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집 값이 기본적으로 높기 때문에 대출이 잘 안 나오거나 나오더라도 이자로 엄청난 금액을 내야 한다. 취득세나 양도세 역시 무시하지 못한다. 결국 엄청난 현금 부자거나, 대출을 빵빵하게 빌려 이자를 왕창 내도 무리 없는 현금 흐름이 있는 게 아니라면, 서울은 그렇게 좋은 '투자처'는 아닌 것이다.
지방 투자라는 영역을 알게 된 것부터가 일단 큰 깨달음이었지만, 이 책은 지방 투자 시에 중요한 점이나 주의할 점까지도 많이 알려준다. 서울은 입지 조건 중 무조건 교통이 중요한데, 지방은 교통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 수도권은 학군이 중요하지만 지방은 학원가의 위치가 중요하다는 점 등.
아직 제대로 입지 분석해 본 곳도 없기 때문에 고개만 수없이 끄덕이며 책장을 넘겼지만, 조만간 지역 분석을 해보게 된다면 이 책을 꽤 자주 열게 될 것 같다.
부자들이 부동산 자산을 50퍼센트 이상 갖고 있는 것도, 반대로 직장인들이 부자가 될 수 있는 가장 쉽고도 어려운 루트가 부동산인 것도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부동산처럼 안정적으로 투자하고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은 별로 없다. 게다가 시대가 좋아져서 몇몇 사이트(아실, 네이버부동산, kb부동산, 호갱노노, 부동산지인 등..)만 뒤적뒤적하면 지역 중학교의 특목고 진학률, 전세가율의 흐름, 호재, 아파트 연식 등의 필요한 정보는 모두 얻을 수 있다. 공부만 (피 터지게) 제대로 하고 임장만 (발바닥이 닳도록) 열심히 다닌다면, 거의 수학만큼이나 정답이 있는 싸움이 아닌가 싶다.
물론 그 답을 보기 위해서는 2년~3년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어찌 됐건 이 좁은 한국에서 부동산 지식이 없이 사는 것 자체가 스스로를 불리한 위치에 내던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당장 투자하지 않더라도 항상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 위기는 견디고 기회는 잡아내는 현안을 조금이라도 갖게 되겠지.
그런 의미에서, '딱 2년 안에 무조건 돈 버는 부동산 투자 시크릿'은 부동산 공부 입문으로 꽤 괜찮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단점은 책이름이 너무 길어서 소개하기 어렵다는 것?(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