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드리운 마음(이 생生)

- 안개 걷힌 마음(저 생生)

by 갈대의 철학
둔치에서 가마우지

안개 드리운 마음(이 생)

- 안개 걷힌 마음(저 생)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안개가 밀려오기 전에 떠나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영혼에 갇혀버린다


안개는 뭐든 집어삼킬 듯이

상어의 입 밥이 된다

이곳에서 선택은 햇살을 얻은 자만이

길을 얻는 것이다


제우스는 번개를 얻었지만

나는 햇살이 아니어도

그대의 숨은 미소만으로도 안개를 걷힐 수 있다


그대는 안개빛에 굴절된 다른 빛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방에서 엄습해 오는

작은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안개가 무엇이든지

고래뱃속으로 집어삼킬 수 없도록

그대의 오감각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안개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작은 한 줌의 빛이다


안개 드리우면

저 생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문이 활짝 열리면

들어선 순간

원래의 시간으로 제자리에 돌려나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영원히 그속에 갇히게 된다


저 생의 길목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리고

안개 걷히면

이 생의 길목으로 들어오는 문이 닫힌다


그래

너와 나와의 만남은

안개 드리울 때

한 치 앞을 예견 못했지만

안개 걷히고 나면

언제 그랬듯이 밝은 햇살을 안고 가야 한다


저 생으로 들어가지 않으려면

밝은 햇살을 품어야 한다


안개는 구름을 품어

하늘의 마음을 저울질 못하게 한다

안개는 내 마음을 품었으되

곧 그대 마음을 감추었다


어느 누군가의 남겨진 발자국 따라

정초 없이 헤매던 마음이

어느 이름 모를 낯선 어귀에 다다랐을 적에

그곳이 내가 머물 곳이 되었지만

그때는 안개가 걷힌뒤였다


하얀민들레

2019.4.27 둔치 트래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