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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Apr 30. 2019

안개 드리운 마음(이 생生)

- 안개 걷힌 마음(저 생生)

둔치에서 가마우지

안개 드리운 마음(이 생)

- 안개 걷힌 마음(저 생)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안개가 밀려오기 전에 떠나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영혼에 갇혀버린다


안개는 뭐든 집어삼킬 듯이

상어의 입 밥이 된다

이곳에서 선택은 햇살을 얻은 자만이

길을 얻는 것이다


제우스는 번개를 얻었지만

나는 햇살이 아니어도

그대의 숨은 미소만으로도 안개를 걷힐 수 있다


그대는 안개빛에 굴절된 다른 빛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방에서 엄습해 오는

작은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안개가 무엇이든지

고래뱃속으로 집어삼킬 수 없도록

그대의 오감각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안개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작은 한 줌의 빛이다


안개 드리우면

저 생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문이 활짝 열리면

들어선 순간

원래의 시간으로 제자리에 돌려나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영원히 그속에 갇히게 된다


저 생의 길목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리고

안개 걷히면

이 생의 길목으로 들어오는 문이 힌다


그래

너와 나와의 만남은

안개 드리울 때

한 치 앞을 예견 못했지만

안개 걷히고 나면

언제 그랬듯이 밝은 햇살을 안고 가야 한다


저 생으로 들어가지 않으려면

밝은 햇살을 품어야 한다


안개는 구름을 품어

하늘의 마음을 저울질 못하게 한다

안개는 내 마음을 품었으되

 그대 마음을 감추었다


어느 누군가의 남겨진 발자국 따라

정초 없이 헤매던 마음이

어느 이름 모를 낯선 어귀에 다다랐을 적에

그곳이 내가 머물 곳이 되었지만

그때는 안개가 걷힌뒤였다


하얀민들레

2019.4.27 둔치 트래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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