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와 반추와 사람.
- 거름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소야 소야
아름드리 소야
덩치는 산만하고
산천 지천 놓여있는
한가로이 풀을 뜯는 것도
비단,
어제오늘 일도 아닐진대
너의 우직한 것에
비할 데는 못되지만
하루 종일 되새김질해서
넘어가는 것이 더 부러워라
나는 사람이라
너처럼 반추를 할 수가 없구나
너는 풀만 뜯어먹어서 그런지
위에서 소화를 다하고
네 거름은 사람에게 이로움을 주는데
나는 사람이라
만장의 동물이라서 못 먹는 게 없고
그렇게 꼭꼭 씹어 먹어도
내 거름은 너처럼 될 수가 없는 것이
비단,
묻 사람들의
고통을 안겨주기만 하지만
우리 어머니 날 낳고 키울 때
누에도 아직 까지 사람 구실이 덜되고
냄새가 안 난다 하여
행복한 날들이 많았었더구나
밭에서 자라는 마음은 하나여서
곧게 커서
하늘 높은 줄 모른다지만
훗날에 네 모습의 기억은
네 거름은 아니 되고
내 거름이 되어가는 과정으로 남을 것이다
하얀 수국
하얀 찔레꽃
2019.5.18 치악 금대 트래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