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꽃 필 때면
- 그리운 사람이 생각납니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감자꽃 필 때면
나는 긴긴 여름이
머지않음을 느껴봅니다
그 옛날
철없던 시절
머물렀던 그 마음
지금도
감자꽃 피어날 때면
생각나는 것이
배고픔 잊고
들판에 하이에나처럼 노닐며
꿩을 쫓던 어린 시절
늦은 밤 부엉이 울음소리
밤하늘 새곤 새곤
잠든 이의 영혼들 깨울세라
내 발걸음 움츠렸던
문지방 넘나드는 소리에
제 갈길을 가느라
묻혀서 잊혀 가는 시절이 좋았습니다
그날이 오면
더운 여름날이 다가오고
뜨거운 장작불 가마솥에
삶은 감자를 꺼내놓은
그 사람이 생각나고 그리워집니다
평생 곰탕 끓이는 마음으로
불탑을 쌓아 올리듯
얹어놓은 그 마음을
광주리 하나 가득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뜻한 마음 하나 더 올려놓으시면
더위 석 삼지기(三之氣)에
차가운 배앓이 걱정에
밭갈이 나갔었야 했던 그 마음을
지금에서야 헤아릴 줄 아는
마음을 곁에 둘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정성껏 담아두었던 그 마음을
지금에서야 바라볼 때의 심정이
그 길을 따라나서는
지난 마음이 있어서입니다
다가올 마음을
미리 염려해둔 마음은 아니지만
그럴지도 모른다고 해서
서먹한 마음 두는 마음도 더욱이 아니었습니다
해마다 감자꽃이 피어날 때면
의당 한 사람이 생각나고
보고플 때면
그리움도 함께 멍울져옵니다
학교 갔다 다녀올 때
늘 대청마루에 감자를 삶아놓으시고
먼 산 아래 비탈진 길을
오르내리셨던 마음이
그대의 마음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그때 그대의 마음이
감자꽃 피기 전에 꽃대를 꺾고
감자꽃 피어났을 적에 꽃을
따다 두신 마음을
지금에서야 알아가는 것이
새가 제 둥지를 떠나
세상살이 곳간을 채워가는
그 마음이었다는 것에
부끄러운 마음 감출 길이 없었습니다
감자꽃필 때면
그리움도 잊고
네 모습 노랗게 익어갈 때쯤이면
나는 아직도
그대를 기다리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때의 마음이
지금의 마음이었으니까요
감자꽃 질 때쯤이면
내 마음도 어느새
여름 나기 연습을 하고
감자 캐는 마음이 눈앞에 어리면
지금도 나는
감자의 마음을 닮아가고 있는 중이랍니다
이제는 그 마음을
흙으로 덮어버린 무덤 위를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떠나야만 했었던 마음 앞에
돌아오던 마음도 사라질 거라 여기렵니다
감자 싹이 필 때쯤이면
그렇게 네 무덤가에 무성하게 피어난
안개인 듯이 하얀 서리가 내리듯
하얀 망초대 꽃도 져가고
그리움도 따라 질거라 여기면
옛사랑은 이제야 기다림으로
다음 생을 이어 갈 거라 하며
네 무덤가에 피어난 민들레 홀씨도
어느새 바람 타고
그 옛날 그 길을 찾아 나설 때
또다시 하늘로
한 점의 나비가 되어 날아갑니다
감다꽃
넝쿨장미
망초대
패랭이꽃
금계국
벗찌
망초대2019.6.1 금대 트래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