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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Aug 14. 2016

살뫼(공룡을 품다)

- 한계령(설악산 공룡능선 종주에서)

살뫼(공룡을 품다)

-한계령(  )


                                                           詩. 갈대의 철학


한계령,


아름다운 동행을 맞이하기까지

새벽의 빗장을 여는 설렘과 고요한 동요로

몸서리쳐지며 쉽게 어둠을 헤칠 수가 없었다


떠날 때의 마음은 이미 미지의 세계를 품은 지 오래되었으며

그곳의 응석은 떠나는 마음 앞에 가슴앓이하는 중이다.


한계령 구비구비 돌아드는 옛길 맞아

바람도 마다하지 않는 너울 구름 벗 삼으며

멀리 동해 바다가 오히려 나를 반기려 드는구나


삼삼오오 연등 대열 빗장 열어젖혀

가는 이 길이 어디냐고 묻지 마라


저 들꽃에 태연한 척 말이 없는 너는

그저 한 떨기 이름 모를 야생화로 남았으면 한다.


쉬어가다 내 곁에 잠시 스쳐가는 인연이라도 좋아라

안개에 살포시 내민 네 얼굴이 부끄럽지 않게 하니 말이다.

오르는 내내 내 발걸음이 무거우며 더디다고 말하지 말하지 말으려므나

그것은 너에 대한 이유 없는 반항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구름 속에 네 모습들이 보이지 않는다.

한쪽에는 바람이

또 한쪽에는 운무로 에워 쌓여 마치

태초에 어머니 뱃속에서의 진화 상태로 되돌인 듯하다


운무가 드리워져 가도

감추어진 네 모습을 찾을 수 있고

바람이 깊게 불어마다 하지 않아도

낮을 수 있는 것이 너의 미덕이라며

더욱더 낮음을 잃지 않게 할 수 있는 나였으면 한다고 한다


바람의 인연 됨이 백두대간을 넘나드는구나.

사시사철 곳곳마다 세월의 무상함이 베어서 그렇다고 말하지 말아라


네 곁에서 묻어온 모진 풍파의 잔상 속의

그림자일지라도

인연 된 배낭이 그렇게 달갑지 아니한 것은

너에 대한 바람으로 인한 내 마음의 그리움들이

더 컸기 때문이다


바람아 바람아

더욱 세차게 불어다오

두 눈에 맺힌 네 눈 속에 감춰진 안갯속을

더 이상 헤 메이지 않도록 너의 혜안을 길러다오


나의 눈은 더 이상 갈 수 없는 은둔의 피난처

그곳이 밤하늘 은하수의 별빛이 나린 언덕이 아니라도 좋다네

달갑지 않은 곱지 않은 너의 시선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다.


너는 그저 설악의 한 부분일 뿐


태양을 머금고 달려온 이 길이

꽤 이국적이다.

옛적에는 달을 품고 너를 안 기우듯이

위로 삼아 걸어왔었지만


세간을 기억하고 두려워하지 않음을

바람이 구름을 몰아 네가 있는 곳으로

떠나가는 이유이다.

보일 듯이 그렇다고 너의 매력에 푹 빠진

그들을 애써 외면하지 말아다오


이곳의 빈자리와 여운을 남기려 온 것은 아니다


설악 아 설악 아 어찌하여 너는

늘 바람에 구름을 달고 다니느냐

억지로 올라온 것은 아니지만은

네가 거기 있어 잠시나마 내 곁에 머물러

너의 위안의 안식처가 되고 싶을 뿐이다


항상 너는 이렇게 말했었지.


전체를 보라고 한다.

기왕지사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뒤 걸음도 쳐 보고

앞만 보고 걸어왔던 나 자신을 돌이켜 보란 듯이 말이다

안개에 젖은 내 모습을 흘겨보면서

땀과 열정에 식지 않는 무게에 모난 돌이라도 쉬어가라고 한다


머나먼 여정길을 올랐을 때 나를 반겨 주는 이는

너 밖에 없다는 현실을 두고 후회 없는 삶을 걸어왔다는 것을


너의 곧음을 일송정에 빗대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5년 8월 3일~8일4일 1박 2일 설악산 종주길에서

- 한계령-대청-중청-소청-공룡능선-마등령-비선대-소공원 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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