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시집오던 날에

- 그날에 섬강도 유유히 흘러 변함이 없더라

by 갈대의 철학

네 시집오던 날에

- 그날에 섬강도 유유히 흘러 변함이 없더라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시집오네 시집가네

새색시 시집 떠나왔네

청사초롱 불 밝히고

연지곤지 달빛 아래 숨겨놓고

섬강에 유유히 드리운 고운 마음을

달빛에 사뿐히 지르밟고서


달빛 어린

하얀 쪽배를 타고

구름다리를 지나

연 분홍색 새색시가

옥빛 보다 곱고 가느다란

손을 내저으며 물살을 가른다네


고요하기만 옥산 강 다리가

오작교가 되네

넘나들며 무지개다리를 넘었네


서산에 해지고

땅거미 갈라지는 마음을 달래주리

섬강 달빛에 그을린 네 모습

시집온 마음을 달래주리


새 각시 시집오네

시집을 왔다네 새 각시가

능수버들 머릿결 휘날리고

긴 생머리 검은 머리 동여매고


함 사세요 함 사세요

평생 여물통 질통 매달고서


함 사세요 함 사세요

일 함자에 평생 운 달아매고


이 함자에 딸 주시옵소서


삼 함자에

처자식 벌여 먹일 곡식 담고


사 함자에 오래오래 건강하라

대추 던져주고

청실홍실 달아주며


다섯 함자에

만복이 가득하게 기원하네

함 사세요 함 사세요


수양버들 능수버들

나풀거리는

그대 맵시 곱게 입고 시집온 한복에

나는야 철없던 어릴 적 마음을

네가 늘 꿈꿔왔던 코흘리개가 아니었네


사랑만으로 다 갚을 수가 없어요

정으로만 다 가질 수가 없어요


그러하기에 우리는

아직도 젊음의 날개가 있으니

지난 걸어온 이 길이 낯설지 않고

다가올 길이 이 보다 길지 않기에


우리가 나아갈 미래에 앞서

나는 너를 사랑하며

너는 나를 믿어주며

우리를 대신해 줄 수 있는 것들에

알콩 달콩 저축을 하며

희망을 열어가는 거야


섬강 옥산강에서
섬강에서 천렵

2019.7.6 섬강 한 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