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칼로 베어지지 않는다

- 그러나 구름을 몰고 다닌다(낮음의 미학)

by 갈대의 철학


22019.9.7 태풍 링링에 흔들리는 코스모스


바람은 칼로 베어지지 않는다

- 그러나 구름을 몰고 다닌다(낮음의 미학)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바람은 칼로 베어지지 않지만

그러나 구름을 몰고 다닌다

높은 나무는

순간의 마음에도 쓰러지고

뿌리가 깊은 나무는

큰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다


바람은 구름을 몰고 다니고

높은 구름은

바람에 흔들리지 않아

유유자적하고


낮은 구름은

불어오는 바람에

이리저리 깃발에 바람이 일렁이듯이

제 의지와 상관없이 흔들린다


태풍 링링 바람소리


저 들녘을 바라보라

불어오는 바람에

세상에 아니 흔들릴 마음이 어디 있으랴

그러나 이것만은 잊지 말아 다오


바람의 마음은 바람이 안다네

네 기필코 나를 막으려면

너보다 같은 바람

너보다 강한 바람이 불어줘야 하겠지만

그럼 나는 쓰러질 테니까

그 뒤에 쓰러져 간 마음 쉴 곳을

네 품이었으면 한다


하늘의 바람이 무엇이길래

내가 흔들어도

움직일 그대 마음이 아니었건만

잔잔한 바람이 불어와

꽃들이 저마다 시샘하듯 이리 춤을 추니

너의 마음은

바람이 훔쳐간 것이 틀림이 없다


내 비롯

칼로 바람을 베어낸다 하여

잘리지 않을

그대 마음을 두었지만


이 바람이 멈추고 지나간 후에는

필히 나는 너를

이 바람에 동화되어가는

꽃을 바라볼 것이요


지난 바람에 견디어 온

그대 발자취를

따라서 갈 것이 외 다


흔들리는 여심
19.9.7 07:14분 태풍링링으로 뿌리째 뽑힘
태풍 링링에...

2019.9.7 둔치 산책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