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김

- 사라지는 마음

by 갈대의 철학

입김

- 사라지는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새벽길

동이 트는 길목을 따라나서면

어설프게 떠있는 저 달에

나의 이정표가 되어달라 하여


아직도 떠오르지 못한

태양을 등진채 숨어버린 너의 마음

어슴프레 밝아오는

그을리다 만 잿빛 여명의 나의 마음

한 참을 하늘을 올려다보니

한 숨이 저절로 내쉬어진다


내 안에 너를 바라보고

부지런한 아침을 달려왔건만

섣부른 준비에 굴뚝의 연기처럼 올라간

그날의 일기를 가능하게 한

네 마음이 곧 나의 입김이 되어갔다


불어내다 마는 내 입김은 마치

그 찰나의 순간을 기억하듯

하늘 멀리 같이 올라가고


다시 연거푸

하늘을 바라볼 때의 마음을 두었더니

어느새 불어준 네 입김의 온기와

내 입김의 따스함을 불어주는

교감이 좋았다


그 옛날 추운 겨울에

불어오는 매서운 찬바람 앞에

동동거리며 얼어버린

너와 나의 마음들

서로서로의 마음 나눌사이 없이

네 고운 양손을 잡아주며
호호호 입김 불어주던 시절이 좋았던 거처럼


나는

그때의 내 마음이

그대에게 녹아들어 하나가 됨을

익히 익숙해져 가려할 때에

저 멀리 떠오른 햇살에

흔적도 없이 멀리 떠나갈 거라

녹아 사라질 거라 염려해보지만


언제나 그 자리는 너의 자리

그곳을 바라보는 마음은

네 꿈속을 바라보는 나의 빈자리 되어

밤하늘 별을

모두 못 해일 듯이 따라나서고


지금도

먼 하늘 멍 하늘 바라보듯 할 때에는

내 차가운 두 손은

너를 위해

합장하여 소녀의 기도를 드리우게 된다


이제야 지난날들에

그때를 회상하며

따스함을 다시 불어 녹여 보았지만


이제는 나의 마음이

그곳에 닿기도 전에

나의 못다 한 청춘의 넋을 위로하듯

사그라져 가고

그렇게 쌓여만 가야 했던

옛사랑의 지난 마음도 머물듯이 떠나간다


어느새

땅거미 지는 저녁노을에

다시 피어오르는 굴뚝의 연기 속에

잠시 내 마음을 드리우고

우리들 이야기는 안개가 되어간다


스쳐지난 바람의 한 점이

지나가 버린 내 마음 흩트려놓듯이 갈라놓고

네 때 이른

정열과 열정을 견뎌 낸 추억의 동심이

한 점의 구름으로 남을 때

비로소 우리들 사랑도 하나가 되어간다


만종역에서
새벽 만종역 일출
양수리를 지나며

2019.9.18 경강선 ktx를 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