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잔소리가 그립다

- 막걸리 한잔에 시름을 얻는다

by 갈대의 철학

그대 잔소리가 그립다

- 막걸리 한잔에 시름을 얻는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내 이름은 걸리다

세상 안걸리는데 없다

그래서 걸리 인생이 되어간다

이제 그만 먹어

아직 걸리가 남아있는데

역시 빈 속에

뜨거움이 목젖을 타고 내려간다

그 긴 터널 속을

이리저리 벌집 쑤시듯 헤집고 다닌다

다행히 완행열차다

곳곳의 간이역에 지날 때면

머물 기세도 아니다

숨은 비경들에

한 고개 넘어설 때마다

대관령 굽이굽이 고갯길을 넘듯

쉬지도 않고 넘어간다

잘 닦인 고속도로는 아니다

그렇다고 자동차 전용도로 아닌

그저 남들 다 지나가는

님 타령 아리랑길 넘나드는 국도길이다

걸리 인생은

구구만리 타향살이 인생

긴 꼬리표 달고 살아도

좋아하는 곳을 지날 때면

금세 고향의 된장국 맛이 난다

이리저리 정갈한 마음도 주니

마지막까지 털털 털어서

걸리가 걸리지 않게

마지막 한 방울에서 나오는

그 맛의 부드러움을 기억해야 한다

나는 청산유수 막걸리 인생


20019.9.19 서울시청 광장에서
간현 섬강을 지나고
Ktx경강선

2019.9.11 양수리를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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