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의 미학

- 더 삶거나 말거나

by 갈대의 철학

달걀의 미학

- 더 삶거나 말거나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오늘은 나오셨겠지

젊음의 거리에 포장마차가

오늘의 주인공이시다

일찌감치 올려다본 가을 하늘에

먹구름은 비를 머금고


나오셨을 거야

비가 내리지 않으니

한동안 떠났던 마음

갈대의 마음이 흔들렸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늘 그 자리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에


말없이 다가서면

의례 짐작하듯

한쪽 켠에 놓인 가스통에 놓인

오래된 작은 냄비 그릇 하나

그 위에 삶아진 달걀들이

통통 튀어 오른다


난 그 달걀들을

오늘은 먹어야 한다

혼쭐난 달걀이

예전에 덜 성숙된

그 달걀이 아니길 바라면서


마침 조석으로 차가워진

작은 외투 속주머니에 넣었다

눈 내리는 찬 겨울이었으면 마음까지

따뜻하게 전달되었을지 모른다


자 드디어

너의 시간이 도래했다

예전에 익숙한 솜씨로

타닥타닥

또로 로로로

넓게 고루 펴진 손바닥은 힘은

중력의 힘에 반비례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그 아름다운 네 전라의 실오라기를

볼 수 없이 버려져야 한다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나오듯

나 역시 그러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흐뭇해한다


아뿔싸

한동안 잊혔던 기억의 잔재

더 이상 나의 괴롭힘도

나를 맹탕의 의식을 더할 뿐이다


다시 그 길을 찾을 때면

당신이 손수 해주신

그 오래된

삶은 달걀의 의례 의식을 할지도 모른다


2018.7.2 양수리를 지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