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말
- 포말
詩. 갈대의 철학
그대
지금 사랑과 우정 사이 노래가 나오고 있어
어느 바닷가
한적한 파도소리에 살포시 묻혀
사랑인지 우정인지 포말 속에 사라지지만
그대
보고 싶어도 보고 싶다고 말 못 하고
사랑한다는 말 대신에 그대 눈물 훔치는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내 마음을
그대
그대가 말했었지
우리 사이가 뭘까
사랑에 더 가까울까
우정에 더 가까울까
그대
그때는 핑계 아닌 핑계로 둘다가 아닐까 했지
그대와 나의 애써 태연한 척
말이 없는 정적의 감 운 만 감지된 채 어색했어
그대
이 말의 의미에 무게를 싣고 싶지 않아
왜냐하면
그대가 먼저 말했었지
사랑이 먼저냐고
맞아 우정보다 사랑이 먼저야
그대
그대와 함께 거닐던 그 카페
그대와 함께 그리움에 파묻힌 그 언덕의 동산들
그해 바람이 몹시도 불던 눈꽃 나리던 날에
새벽 일찍 찬서리가 불어와
내 마음은 이미 그대를 향한 된서리를 맞이하였지
그대
그해 길 잃은 어린 아기 사슴의 눈동자를 바라보곤
에덴의 동산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내 마음은 일찍이 그해 몹시 내리던 눈밭 속을 걸었었고
이미 내 마음은 내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대
가방을 메면 가방 속에 자꾸
그 무언가를 집어넣게 돼
그것들을 꺼내면 꺼낼수록 마음 아파할까 봐
잊는다는 게 그리 쉬운 게 아니야
잊어진다는 것이
애써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아
잊힐까 봐 사라질까 봐
보고프고 그리우니까
그대
그대를 사랑한 것은 너무 편안해서 그럴 거야
이것도 저것도 아닌
사랑과 우정의 중간적인 존재처럼
서로의 오해와 갈등을 불러일으키지만
그대
잠시 머물다가 사라져 가는 안개처럼
불꽃 같이 금방 타올라 식어가는 미약한 존재
그러한 사랑은 난 진정 원하지 않아
그대
끈끈한 정이 없는 사랑도 원치 않으며
한때의 사랑놀이에 꽃놀이 패의 부랑자처럼
인연의 연을 닿기를 기다리는
나그네 사랑의 우정도 원하고 싶지 않아
그대
마치 우리의 사랑이 용 소용돌이치는 것이
다가올 예정된 시간 앞에서
이무기의 승천을 기다리는
인내의 시험 무대였으면 바랠 뿐이야
2016.8.2. 제주도 섭지코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