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룡 성(설악산 공룡능선 종주에서)
詩. 갈대의 철학
공룡을 품다,
갈매의 군단들이 쳐들어 온다
구름을 타고,
바람을 가르며,
천불동의 협곡을 지나며
공룡을 멀다 한 화채능아
봉학의 안이 매섭구나
팔을 활짝 펴 내 나래 짓에 가위눌리었고
언제나 변함이 없다 하는 너는
변하지 못하는 오래된 사연을 실었다
바람 따라 떠나 왔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너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여력을 만들지 않기 위함이다
구름 벗 삼아 떠나 왔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것에 대한
너의 오랜 세월의 배려가 용서치 않기 때문이다.
길 없는 길이 어디냐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내게는 없다
그곳을 떠나온즉
그것에 대한 미련은 남아있지 않으며,
오로지 내게 남아있는 오감각으로
너를 살피며 맞아들일 뿐이며,
너에 대한
방어의 포수 진이 매섭다고 논하여도
갈 수 없는 이 길이 오히려 내게는
두려움의 현실을 떨쳐 버릴 수 있는
절체절명인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처음 접한 마음의 문을 열어다오
수렵하다 시 피한 네 몸에서 향수가 난다.
겨울에는 살을 에이는 듯한
진한 피 냄새와
그 해 녹아 설치 않았던
거름 된 산천의 초야들
꽃이 피기도 전에 시들어 버리고,
어쩌다 그 겨우내 품어왔던
봄의 전령사를 맞이하기까지
한 떨기 수절초의 마음이
신선대에 올라 노래할 수 있을 때까지
만추 가을 된 사랑이 주는
그녀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하였다.
가을이 오기 전
여름날 바람꽃은 어디로 날아갔을까
신선대에 올라서면,
망국의 설움이 북 받쳐 올라온다.
이미 강호를 떠나
그 세월을 노래한 지 오래되었고
망향의 온정의 손길이 모자라,
태초의 신비의 태를 벗어 놓지 아니한 너
바람의 나라에 도착하였다
그곳은 이미 나신을 저버린 전라의 상태이다
그들을 위한 병사도 떠나고,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미약하며,
나약한 존재인 신들의 노리개만이 있을 뿐
유일하게 그들을 이겨내고 지킬 수 있는
커다란 자연의 빙벽만이
현실의 도태가 되고 있다
산천 천야야
이 곳에 온 이상 너는 더 이상
나를 외면할 수도 없거니와
그 성에 갇힌 그녀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지나온 날들의
보상이라고도 하지 말아다오
무지개다리를 건너
공룡 성에 도착하였을 때
갈 수 없는 나라에 왔지만,
그녀는 이미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사방을 엄습해 오는
무게 감의 엄습함이
더할 나위 없이 무섭다
동쪽에는
태양의 신들이 바다를 에워 쌓이고
서쪽에는
깎아지른 바위의 신들이 협곡을 형성하여 물살을 가르며
남쪽에는
구름의 신들이 비를 몰고 와 이내 홍수를 만들며
북쪽에는
바람의 신들로 인해 그 성에 도착하기 전에 사라진다네.
공룡아 아름다움을 간직한 공룡아
네가 그리 아름다움을 지키며
누구에게나 나타나지 않는 것은
단지 그것이
너의 수절된 마음이 아니라면 더욱 좋겠구나
왜냐하면 그곳은 이미
낙화된 꽃이 바람 되어 떠나기 때문이다.
2015년 8월 3일~8일4일 1박 2일 설악산 종주길에서
- 한계령-대청-중청-소청-공룡능선-마등령-비선대-소공원 종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