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한가위가 다가오면

- 사랑하는 이에게

by 갈대의 철학

팔월한가위가 다가오면

- 사랑하는 이에게


詩. 갈대의 철학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 병실에서 링거병을

이것저것 여러 개의 병들과 함께

표주박처럼 주렁주렁 매달렸었지


" 선생님 평소와 다르게 오늘은 참 많네요 "


환자는 모를 거라고 하지만 안다고....

우리는 미래를 볼 수 있지만 현실 앞에서는

그저 한낱 꿈 보다도 못하다는 것을


의사는 그것을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길목이란다


그래서 가시기 전에 이승에서의 마지막 행복을 건네주며 저승에서 영혼을 채우는 것처럼


그분의 마지막 기억은

소담하신 삶에 소소한 마음을 남기시고 가셨다는

아련한 기억만이 남는다


마지막으로 식물로 삶을 사는 몇 주 동안

그 기나긴 어둠의 빛을 보셨으리라


그 짧지 않은 영혼의 바다를 건너기 전에

마지막 몸짓이 또 다른 강을

건너가고 있었다는 것을

온 힘의 사력을 다하시고 마지막 몸짓을 나누었다


이제야 저희들 삶을 보태주신 은혜 잊지 않을게요

다른 세상에서 저희들이 잘 살고 있는지

지켜봐 주시고 힘이 되어주세요.


그 후로 그분의 마지막 모습은 두 눈을 뜨시고

눈물을 훔치시며 다문 입은

무언가 언저리 외치고 있었는데

우리들을 보시고 임종을 거두 시었다


시계추의 바늘이 심장을 겨냥하듯이

그렇게 일직선상에 놓여

더 이상의 희망된 삶을 잃어버려 다시 돌아오지 못할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너셨다


평생 동안 쌓아온 나날들이

마지막 한 숨을 거둬들이고 더 이상의 숨을 내쉬는

한 점의 바람조차 멈추어 버렸다


순간

심장과 맥박과 숨은 평행선이 되었다.


&


어머니

그랬었지 너희들 낳고 여기가 늘 시리고 아프다고


비가 올 때도

람이 불어올 때도

눈이 내릴 때도

추울 때도 더욱 그러하시다며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주물려 주면

근시근 아프다고 하신다

늘 다정다감만 하셨던 그 한 분이셨던 천사


아버지 돌아가시고 3년 뒤

외로움에

기다림에

지치신 몸으로 그해 꽃피고 새울적에 피어난

꽃들 만개에 슬픔 웃음을 내저으시고


그해

벚꽃이 만개한 어느 춘삼월이 언제였던가

아픈 몸을 어찌 가누시고


자식들 효도한다는

말 한마디에 누가 될까 염려하는 마음이 크고


작은 품으로 넓은 바다를 품으며

자식 사랑에 배고픔도 잊으시고

건네시지 못하시는 울 어머니


여기저기 귀경시켜드린다고

이것저것 맛나신 거 사드리고 싶어 하는

자식들 마음 이리저리 살필겨를도 없이


이 한 몸 지키기도 버거워

오랜 세월 앞에 의지한 채 살아온 게 몇 해였

그 님 떠나보내고


아니 어쩌면 살아간다는 것이

살아 숨 쉬는 것만 사는 것이 아닐지 모른다


돌아가시기 전에 기별이 어디 있으랴마는

평소에 늘 따뜻한 종지 밥 한 그릇에

무 나박김치 한지 올려놓아도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고 하시는 마음

늘 고이 간직하고 내리사랑 지켜갈게요


그날 평소에 일 마치고 문안 인사드리려 가던 저녁에

달이 그리 어찌 어머니 고운 눈썹 그리신 마음이었네


저 달이 하얀 둥근달이 차기도 전에

해 그 마음을 차지 않았던 달에게 주었더구나


늦은 밤 애수에 젖었던 그 눈빛을 바라볼 때면

지금도 내 마음은 이슬에 젖은 잠자리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렸다.


그분의 마지막 모습은

그렇게 밤하늘 별빛 사이를 두고

그날따라 밤하늘 유성이 깊게 드리 칠 때


어느 고우신 한분은 피곤할 텐데 어서 가라는

손짓에 발걸음은 돌아서지 못하는데

뒤로 가면서 점점 멀어져 가는 희미한 어머니 모습만이 아른거린다


그분 역시 오랜 병고의 인내를

스스로 모진 목숨을 달래 가며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을 하늘에 달관하셨는지

체념 아닌 희망 아닌 희망을 우리에게 보여주셨지


아버지 돌아가실 때처럼

중환자실에 산소 호흡기를 달고

어릴 때 시집온 마음의 색동저고리를 곱게 차려입으시고 편안히 주무시는 모습이었다


한참을 아버지 때처럼 말동무를 해드리고 나니

병실 창가에 고운 해살 드리우고

그분의 얼굴은 그저 편안히 잠잘 때 모습이더라


아버지 때처럼 몇 주간을

옛날 옛적 소싯적에 그리움의 정경을 나눌 때

감긴 두 눈에 이슬 내리고 영롱한 아침 햇살은

그 빛에 녹아내렸네


마침 그 기나긴 마음의 끈을 놓으시고

온몸의 긴장이 풀리며

이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아름다운 고운 자태가

아침 이슬에 드리웠다



" 기우네 기우네 달이 기우네

달 이차네 달 이차네 달이 차

넘어가네 넘어가네 달이 넘어가

우리님 우리 달님 저 달 따다

가시는 고운길 먼길 불 밝혀주게 "



식물로 살아있다는 것은

입은 닫혀있으나 말은 못 하고 들을 수는 있고


눈은 감고 있지만 보고 있지 않아도 눈물이 흐르고

코로 숨을 쉬지만 그곳으로 빨려 들어오는 기운을 느끼며


한 손 두 손 따뜻한 손에 흐르는 감촉은

아직 까지 이승에 대한 모든 끈을 놓지 아니한 것이다


물 흐르는 대로 살자

아무리 높고 낮음으로 수평이 이루어지면

그 물의 빠르고 느리게 하는 것은

언제나 그대의 몫으로 남겨두련다


경험 없는 사람은 침묵하고

침묵하지 않는 사람은 경험이 많은 사람이다


시간은

늘 우리 곁을 기다려 주지 않으며 떠나갈 뿐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