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

- 지나 온길 떠나 온 길

by 갈대의 철학
북악산에서 바라본 풍경


북악산

- 지나 온길 떠나 온 길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천년 고도에 지나온 이 길에

다시 묻고

이 길을 따라나서면

옛 고을에

다다르는 곳이 이곳 이련가

아련한 뒷길은 풍랑에 씻기어

산천이 부서져도

너는 묵묵히

쓰러져간 총탄에 맞아도

쓰러지지 않았더구나

어제의 내일이

오늘에서야 찾아 나서는 마음을 둔 것은

망망함이 앞선

앞산의 마음을 잊지 못하기도 하거니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 다투고 나면

이러면

내 너의 창대함을 말할 수 있으랴

내 너의 찬연한 꽃이

피었던 적을 이야기할 수 있으려나

변하는 것은 언제나 바람 따라

흐르는 네 마음이고

변하고 싶지 않은 것은

가다 서다 아쉬움에 뒤돌아보는

내 발걸음도 아니요

흘러가다 바람 불지 않으면

다시 멈추어

하늘 한번 올려다보는 습관처럼 되어버린

구름의 마음을 닮아가는 것이

나그네의 마음이 되어가는 마음인 것을

네 고운 심성을 내 어찌 탓하랴

네 따라 지나온 길에

네 떠나온 길에 되묻는다

너와 나의 변치 않는 것이

이끼와 세월의 먼지를 뒤집어쓴

넝마주이 오랜 숨겨둔 돌이 되련가

너를 따라왔다

천년의 차마고도여

청운대
숙정문

2019.10.31 북악산 한양 옛 도성길을 오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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