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를 수 있다는 것은

- 용기보다는 기다림이 있어서다

by 갈대의 철학
치악산 계곡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은

- 용기보다는 기다림이 있어서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은

용기가 기다릴 수 있다는 의지를 달래게 한다

한가닥의 실낙 같은 어둠으로

내비쳐 오는 빛이

한 여름 굵디 굵은

한줄기 소낙비의 아파함에도 모자라고,

어느 한편의

잔 솔가지의 부드러움이 아니더라도

머물고 거처하며 쉴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겐 외여도의 사랑 타령보다 더 슬프다

떠남도 이별이 아니었으면 하였지만

그리고 이것이 진정으로

마지막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한 치의 기대 움이 안겨다 주는 행복도

잠시 산산이 부서져 알알이 흩어져 떨어지는

저 포말 된 갯바위의

썰물 된 파도 속에 사라진다.

새로운 만남의 기억도 아니며

지나온 만남의 연속성이 가져다주는

기약된 약속도 더더욱 아니며

도약의 재 발판이라고 불리지 않아도 된다

우리의 만남은 언제나

의미 없는 출발에서부터 시작이었으며

도착지가 설렁 의미의 타당성을 부여하더라도

기억된 저녁노을에 불타고 만다.

이것이 우리를 둘러싼

우연이라는 허울 된 울타리 속의

가면 속의 무도회처럼 어김없이 왔다

그냥 스쳐 지나갈 운명일지라도

만남의 공존과 이유가 달라

서로의 염려로 다가서기까지

우리의 시간은 흘러가지만

함께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기다림에 대한 용기의 배려가 있어서다


2018.가을 설악산 대청봉에서
구룡소
치악산 구룡사
구룡사 계곡

2019.12.9 치악산 종주길에서(구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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