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이력서
- 내 인생의 낙서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지금에 와서 이 자리에 서보니
뒤돌아본 하늘에
내 인생의 이력서에
단 한 줄을 그려 보라 하니
걸어온 길에 반은
내 인생이요
절반은 그대 인생이라
내 의지와 상관없을 때에는
세상이
나와 호흡을 같이하였지만
내 투지가 발휘될 때에는
세상은 나를 도전이라는
굴욕을 안겨주었다
떠나온 길목에 서서 서성일 때
내 인생의 낙서에
단 두줄을 넣어 보니
사랑과 인연의 갈등 속에
삶은 항상 진행형이었지만
세상살이 살림을 걷어 나서니
변해야 할 것들 앞에서는
늘 초심으로 돌아가는 부족함을 배우게 하고
변치 않을 마음 앞에서는
회귀하는 용기를 뒤로 가게 만든다
머나먼 우주의 끝에서
날아온 나의 별자리에 별이 떠나오고
나의 생이 다하는 날
마지막 이력서 한 줄에서
무엇을 써야 할지 머뭇거릴 거라는 마음은
나의 마지막 낙서의 스케치에
아마도 그 누군가가
나의 마음을 대신할 거라면서 남겨두련다
내 생애 처음
마지막 연을 이어주는 다리에서
널 만나기를 기다리는 것은
내겐 마지막 행운이었을 거라고
하얀 눈 덮인 세상을
늘 널 위해 꿈꿔왔던
나의 지난날들의 비가(悲歌)에
흰나비 한 마리
하늘 높이 훨훨 날갯짓하며
날아오를 때의 그 마음이
내 젊음 날의 초상화를 그리는
내 인생의 마지막 낙서요
내 인생의 마지막 이력서의 한 줄에
생의 마지막 구절은 널 위해 남겨두고
마침표는 구걸하지 않으려 한다
2019.12.28 포항 구룡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