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와 그대
- 겨울비에 내려앉은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비가 내리면
기차도 지각하고
덩달아 내 마음도 늦어지네
겨울비 우산을 받쳐 든 마음
우산 속을 거닐던 마음
우산 아래 세상이 나에게 전부였어
앞만 보고 걷는 마음
내게는
단 한길만 걷는 마음이 되어가더라
눈 대신 겨울비 내리는 마음
어쩌면 하늘이
내 마음을 이해해줄 거라면서도
내 안에 너를
하늘을 덮어버린 이 우산을
난 원망하지도 않을 테니까 말이다
총총걸음 내 발걸음
이유도 없이 서두르는 마음
내 안의 네가
전부가 되어가리라는 것도
재촉하기만 하던 내 마음에
무디 어가는 발걸음도
한걸음에
천리길도 마다하지 않게 되어가더라
그곳을 지나던 마음도
아마도 네가 서있던 그 자리에
내가 익숙히 머물던 마음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겨울비에 젖어버린
그 벤치 위에 떨어지는
셀 수 없이 수많은 빗방울의 울림들
난 그 물방울 떨구던 그날들을
지나온 자리에
마냥 태연한 척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
그 자리가 진정
내 자리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겨울비 내리는 이 길이
마치 기찻길 인양
우산 속을 배회하듯 걷는 것도
어쩌면 한 길을 바라보는
나의 생이 어쩌면
너와 함께 걸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2020.1.7 겨울비 내리는 만종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