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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Aug 14. 2016

가을이 오려나 봐

- 가을의 세레나데

가을이 오려나 봐

- 가을의 세레나데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마음과 몸을 지치게 만든 더운 바람 앞에

우리는 과연 이 여름을 탓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정열과 열정과 사랑을

저 태양보다 더 태웠을까


그대 지금 바람이 불어

그렇게 기다리던 바람이

가을바람이 아니어도

입추가 지났기에

가을바람이라고

부르고 싶어


역에서 시작된 섞인 바람이

버스 정류장에 내릴 때쯤

더 세차게 부는 거야


바람이 불어 좋아하는 낙엽도 따라 떨어졌네

기분이 좋아 오래간만에

가을 아닌 가을바람 맞으며

잠시 어깨 위 둘러매인 배낭을 벤치에 벗어놓고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지


그렇게 시작된 바람은

내 머리털 끝에서 가느다랗게 시작하여

머리에 이슬 마냥 맺힌

송골송골 맺혀있는 작은 땀방울이 떨어지기 전에

잠시 동안 그 해 여름을 서서히 잊어갔다


아 가을이구나


그렇게 나의 가을은

해 못다 핀 꽃 한 송이 열정에

못내 아쉬움들을 뒤로하였지만


서서히 나의 마음이 멀어지는 것이

지나온 가을의 시작이었을까


애틋한 가을사랑에

전조 곡의 시작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가을을 시작하기에

아직 이 여름에 미련이 남아 있어서 일지 모른다


이 여름을 건너뛰고 싶어 하는 이유가

내겐 남아있지도

그렇다고 준비가 되어서도 아니다


가을을 시작하기에 나의 가을은

덜 익은 열매처럼 완숙하지 못한


여리고

단단하지도

꽉 차지도 않은


그러한 여름이 내게 남아있지 않아서 일 거다

그래서 더더욱 이 가을을 애타게 기다리는 것이며

이 모든 것을 성숙하지 못함을

애태여 벗어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사랑의 열병은

그해 여름보다 더 뜨겁고

열 도가니의 식지 않은 가을 사랑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면 나에게도 그 해 겨울에 못다 피운 노래가

사랑을 위한 세레나데의 변조 곡으로

다시 불러볼 수 있지 않을까


곧 이 가을의 문턱에 서서 그리 살갑지 않아도 되는

곱고 밉지 않게 부는 바람을 고마워하며 맞이하는

이유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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