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길
- 꺽다리 아저씨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하늘 한 번
올려다보았을 뿐인데
인생길이 보였다
커다란 꺽다리 키다리 아저씨
하늘에서 내려다본다
뭘 보는 거니
응
하늘을 바라봐
하늘이 좋아서
매일 서성이다시피 하거든
어제의 하늘이 아니었어
너는 키가 커서
네가 바라본 하늘은 어때
그만큼 하늘 높이 다다르니
네가 한 발자국 씩
움직일 때마다
나는 백 발자국을 걸어야 해
그래야
하루하루를
벌어온 인생길이 되거든
그러면
하루하루를
달려온 인생길이 될 테고
그러하다 보면
한 고개 다행이다 싶어
잘 넘어온 것에 환희를 맛봐
또다시 능선 사이로
가야 할 길이
십 리 오십 리 길이 남았네
내가 가는 길에
너는 키가 크니까
하늘의 구름을 잘 걷어줘
그리고 언제든지 다가와
나의 발길이 되어줄래
아직도
돌아갈 길은
까마득하기만 하는데
돌아갈 길에
또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니
까마득한 마음에
어둑어둑해진
초저녁 하늘에 떠있는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2021.5.29 둔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