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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an 15. 2020

거지

- 마음의 꿈

거지          

- 마음의 꿈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나는 거지이다

이성을 곡하고  

그녀의 배고픔을 채워주는

모래주머니이다


나의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께 젖 달라 보채고  

아직도 마음의 꿈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꿈을 좇아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이다


나의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께 막걸리 한 주전자에

마음의 꿈을 가득 채워오다 넘쳐흐르는

애환을 담은 막걸리 한잔과

같은 향수의 거지이다


김치 포개어  

두 타래 엮어 지나고

초저녁 잠이 들기 전에

담배를 말아 피는 멋쩍은 신사이다


나의 거지는  

나의 이상과

나의 초가집에

나의 빛나던 얼굴의 굴레를  

뒤집어쓴 지 오래이다


나는 길 잃은 거지이다

나의 배고픔은

거짓 술에 배부르고

나의 무식함이

그대를 속이기에  

나무람이 없었으며

나의 연줄이 끊어지고

구름 속에 가려지는 것은

나의 모자람의 극치이다


나의 노래는

나의  그리움에 목말라

비 한 방울에 사랑을 갈구하는

애증을 미더워하는

너의 거지이다


2019.12.27  부산 오륙도 앞바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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