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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Feb 03. 2020

마음이 아프다

- 마음이 슬프다

마음이 아프다

- 마음이 슬프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닭에서 알을 품지 못해  

한이 맺혔나

신들의 노여움을 일으켰나

나오라는 알은  어디로 가고

사스(SARS)를 품더니

제대로 닭 모가지를 비틀지도 못하고

산신령님께 올리지도 못할 

네 피 냄새가 역겨웠었나


그래도 치킨 두 마리에

배달료가 아깝지가 않다고

축제 때마다 네 희생은

언제나 인간의 볼모가 되어도

여명이 오기 전

새벽 알을 품지 못한 울음이

너의 본모습이 아니었던 거다

분명히


쌍봉낙타만 낙타냐

단봉낙타도 중봉 낙타도 낙타다

네 너를 타고 마실을 못 가서

성이 잔뜩 나고

내 등짝에 봉을 세웠어야만

뿔다구가 났다고

말을 대신 전하려 하니 말이다


나는 사람 구실을 못해서

너는 낙타 구실을 못해서

버림을 받아

네 존재를 알렸어야 했던가


메르스(MERS)

너는 중동에서 태어나

중동의 파라오가 되지 못해

왕들의 계곡에서 죽음을 기다려왔던


닭에서 나온 사스(SARS)는  

새가 되고파서

그렇게 대신하여

네 나래짓에 날갯짓하며 날아올랐나


평생 사람 한번 태우고 싶어서

네 등짝은 짐짝에

쓸모없는 존재만으로

살아가는 인생이 아니었다


메르스(MERS)

어둠에서 깨어나라

그리고 광명을 찾으라

한 줌의 햇살을 두려워 말어라 박쥐여


너희들은 악마의 사신이 아니다

그저 이 세상에 살아가기 위한

오랜 전통이었을지도 모른다


하물며

인간이 몰아세운 왕국에서

의 노릇을 한들

대지의 신들은 언제나 불꽃처럼

용솟음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어둠에서

흡혈귀의 좀비가 되지 말아라


그리고

태양을 두려워 말지어다

태양은 더 이상

네 마음을 녹일 수는 없겠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세상도

너희들과 매일반 다르지도 않으리


낮에 해가 뜨면

점점 황폐해져 가는 대륙의 육신들

밤이면 휘영 찬란한 오색 불빛에

휘영청  달 밝은 밤을 업신여기니


그래도 염려 말아라 

네가 그리워질 때쯤이면

인간은 또다시

생태계를 사냥하러 떠날 테니까


지금부터는

내 이 한 몸

태양이 지는 거리에서

달이 뜨는 밤거리를

너희들을 위해 배려하련다


작금에 생태계가 문란하여

네 설 곳을 잊은 지 오래고

내 살 곳의 터전에

내 마음 쉴 곳을

잃어간지가 어언 옛말이 되었다


개미 행렬

천장에 쥐 지나가는 소리

새벽에

닭 쫓던 지붕 쳐다보는 마음 

그리고 하나둘씩 사라져 가는

어릴 적 벗하며 지낸 곤충들


인간도

반 인간들도

사회에 갇혀버린

어륙의 양식장이 되어갔다


그래도 너는

자유라도 있어 훨훨 날아간다지만

나는 잃어버린 날개의 꿈을 꾼 듯

벗어날 수 없는 울타리 없는 세상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타령이여

청산유수 청산별곡을 부러워 말아라

늘 내 어눌진 그늘은 

한 자아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되어서다


몹쓸 그곳을 탈출한 순간

우리는 한 몸이거늘

우리를 기어코 떼어낼 수밖에 없는

그래서 더욱 안타까워하는 마음


그것이 와 나의

걸어가야 할 

피치 못할 운명이자 숙명이 될지 도모를

연히  대지의 신들을 깨우고

기다리고 있으니


너무 염려도 말며

그렇다고 아쉬움은 뒤로 남겨둔 채로

너를 위한 배려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내 연약한 마음이

만남이라는 커다란 굴레를 뒤집어쓴 채

마지막 배웅에

떠나는 이방인이 될지도 모른다



깨어나라

그리고 눈을 떠라

너의 존재는 더 이상

악마의 화신이 아니다


그동안 네 너를 잊었다마는

내가 죽는 날이 다하는 그날까지

너와 호흡을 맞출 것이요


아니면

이렇게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장난이 와도

나는 너와

동화되는 법을 배우고 싶다


이제 인간의 마지막 남은

보고의 창고인 바다

우리가 하나의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그것 하나만은 꼭 지키고 가꾸어 가리라


너는 나에게로 오라

나는 너에게가리


당당히 우리가 

 현세에 부딪히며

살아가는 법을 너에게로 배우고

함께  공존하며 상생하는 법 또한

너에게서 깨달으리라


2020.1.29  둔치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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