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안의 뜰안
상원사 가는 길
- 네 안의 뜰안
詩. 갈대의 철학
치악산
한 마음은
네 안의 뜰안에 남겨두고
두 마음은
내 마음 따라 바람 되어 내 곁으로 간다네
장양리발 첫 버스길을 기다리까지
새벽은 온 데 간데없고
멀리서 동녘은 이미
운무에 가려 방향을 잃은 지 오래다
치악산 상원사 가는 길에
무심코 바라본 얼굴 하나
예전 같은 마음 소식에
가슴 설레며
한 근의 절반도 안 되는 중량에
뛰는 심장을 주체치 못하고
세상의 마음과 생리 그리고 이치를
담으러 떠난다.
나의 가슴 한 그릇에
너의 상처를 보듬어 주고
너의 가슴 한 그릇에
나의 사랑을 담고
너의 마음 따라 나의 행복도
저 구름 따라 바람 되어
또다시 내 곁으로 흘러간다네
콩딱 콩딱
두근두근
새근새근
세근반 네 근 반 하는
거리의 맘을 지울 수가 없구나
예전에 너의 봄은 피고 지고 없었다.
슬퍼도 슬퍼할 겨를도 없이 꽃은 피었고
기뻐도 기뻐할 겨를도 없이 꽃은 지고 만다
봄은 누군가를 기다리며
떠나보내기에 좋은 계절인가 보다
새싹이 돋고
첫 마음을 심고
봄바람이 네 곁을 스쳐 지나갈 때
이내의 봄은 아직 아지랑이 피어오른 듯하여
그대에게 정열과 열정을 충분히 담을 수가 없었네
조릿대 안에 꼭꼭 숨은 네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너의 머리카락은
갓 자란 새잎에 물들여 가지만
너의 숨소리
나뭇가지 사이로 제 살 비비며 읊어가니
너의 심장 박동과 맥박 뛰는 소리
산짐승 들짐승에게 들킬세라
뒤도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네
지나가는 객선이 귀기 울까
밟고 지나가는 돌 뿌리에 걸려 넘어지는 소리도
아무리 하찮은 이름 모를 들꽃에게 들켜도
내 안의 너를 넘어뜨리고
나의 것으로 만드니 말이다
봄
이미 내 마음은 둘 곳을 잃어
헤맨 뱃사공처럼
봄 기차 타고
너를 맞으러 나그네가 되어 이 길을
또다시 길손 되어 나서네
너의 마음 따라가는
내 사랑도 싣고
나의 봄은 왔을까
그대의 봄은 어디까지 왔을까
봄은 아직도 나에겐
다 자라지 못한 인생의 미완성이다
성충에서 때를 벗지 아니하는 나는
지난 설경 속에 미덥지 못한 존재로 아직 남아있다
봄날에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고 휘날리면
갈 곳 잃은 어린 사슴의 색동의 뿔도 변한다지만
오늘따라 철 따라 피고 지나는 나의 봄이
또 다른 계절을 맞이하며 익숙해져
달걀의 완숙을 베어 먹을 수가 있을까
2016.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