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갈대의 철학 Feb 18. 2020

바람 따라 떠나온 길(오대산 종주길에서)

- 바람 따라 가버린 인연

오대산 종주길에서

바람 따라 떠나온 길(오대산 종주길에서)

- 바람 따라 가버린 인연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오대산에

다섯 가마음을 품었다



비로 나불이시여

비로봉 중대 사자암에서

그대의 육안으로 광명 하샤

혜안을 찾아 진리를 일깨워 옵소서

두 손 모아 합장하나이다


대세지보살이시여

호령봉 서대 수정암에서 

가부좌를 하옵시며

그대의 지혜롭고 현명한

깨달음을 깨칠 수 있도록 하옵소서

두 손 모아 합장하나이다


미륵보살이시여

상왕봉 북대 미륵암에서

들려오는 목탁소리에 

사바세계를 넘나 드소서

홀연히 나타나시어

어리석은 중생들을 구원하옵소서

두 손 모아 합장하나이다


지장보살이시여

두로봉 남대 지장암에서 수도 하샤

두로령에 갈피를 못 잡고

헤매고 지옥의 나락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원하옵소서

두 손 모아 합장하나이다


관세음보살의 마음이시여

동대산 동대 관음암

동피골의 계곡에서 발원하시어

자비로운 마음과

인자한 마음으로

중생의 영생을 굽이 살피시며

괴로움과 번민 그리고 번뇌를 구제하시고

반야에 이르러 해탈에 

왕생의 길로 인도하게 하소서

두 손 모아 합장하나이다



오대산에

오 형제 마음이 뭉쳤다


다섯 손가락

다섯 발가락

의형제마음이 되었다


상원사에 피어난 마음

금강의 시작된 마음이요


동피골 계곡에 흘러 맺힌 

지난 길의 

끝에 두는 마음을

반야의 시작된 마음이라네


어느 하나 깨물어

안 아픈 손 없고


어느 하나 밟아도

안 아픈 다리 없네


비로봉은 맏형의 마음을 두었으니

여기서 바라보는 마음은

풍운을 읊고

백두를 호령하기에 충분하며

인자함은

세상의 관망에 엄지 척하고


호령 봉이 호랑이의 마음을 두었으니

어느 누구 하나

그 당대함과 강인함에 따를자 없고

세상을 호령하고 호통치니 

척하며


상왕봉이 일만의 미륵보살에

음을  두었으니

그 깨달음에 끝이 없어

척하고


두로봉의 약지 척

동대산의 소지 척


그래 너희의 의지는

곧 백두대간을 지켜온

근간이 되었다


오대봉 중에 으뜸인 비로봉

태어나 다섯 가락 남겼을 때

너는 다섯 봉우리를 세웠다


 눈  뜨기 전에

세상에 울부짖는 법을 배웠고

두 눈을 떴을 때

세상과 인연의

고리가 되었음을 알았다


너는 백두대간의 마음을

다섯 마음에 두었으니

나와  일맥상통하다


 그리운 나라

내 그리운 고향

내 그리운 어머니


오대산의 비로봉이여

너는 혼자 서있지를 못한다

네 이름 한 글자에  

한 봉우리를 담았지만


동, 서, 남, 북으로 둘러싸인

너의 어머니 같은 포근함을 감싸주는

금계 포란 지형을 안은 마음이

비로소 다섯 봉우리가 모여야

너의 의미를 부여해본다


상왕봉가는길
상원사게곡
적멸보궁
적멸보궁

2020.2.16  백두대간 오대산 종주길에서(들머리)

매거진의 이전글 2월에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