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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Feb 24. 2020

꽃은 가까이 있는데 왜 멀리서 향기를 맡을까

- 그대는 향기 없는 마음을 지녔다


꽃은 가까이 있는데 왜 멀리서 향기를 맡을까                                                                  

- 그대는 향기 없는 마음을 지녔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어느 이에게 이른 새벽은

잠든 이의 마음에

꿈을 실어 나르는 양탄자 이기도 하지만


어느 이에게 이른 아침은

꿈을 좇아 떠나는 나그네의 마음이며 

벽을 깨우는 이에게는

오늘의 마음을 달래어가는

하루가 되어가기도 합니다


사람은

태양이 떠오르기 전

어느 꽃 향기에 이끌러

계속 먼 곳을 바라보면서

걸어오고 있었고


 사람은

태양이 떠오르기 전

여명의 마음을 두고 어둠을 멀리하는

새벽 밤하늘에 떠있는 별자리에

길 잃고 헤맨 자의

이정표가 되기도 하며

고행의 순례길이 되어가기도 합니다


바삐 걷는 마음이라지만 

설레는 마음 앞에선

누구나 쉽사리 

가벼운 마음 한 두 개쯤은 지니고

살아왔었는지도 모릅니다


행여나 잠시라도

꽃향기가 사라질까 봐

노심초사하면서 까지

갈피를 잡지 못한 것은


비단,


제 생각

제 마음

제 행동뿐이지만은 아니하며

서로가 멀뚱멀뚱

이구동성 바라만 보고 있기를


애써 태연한 척 기다려 왔었는지

그들이 여기에

다가가는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머무는  사연되어가기도 합니다


그래도 제 멋에 사는가 봅니다

손이 닿을 듯 말듯한

그 꽃을 멀리하고 

남몰래 훔쳐보는 마음


아주 멀리 있는 그 꽃을 따려고

작은 키에 짧은 팔에

발을 크게 도움닫기 하여

기어이 그 꽃을 따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내 마스크 한 얼굴에

코끝에 저미는 그곳을 갔다 대어  

그 향기를 맡습니다


아파하지도 않으면서  

나를 어여쁜 마음으로  

그 꽃을 따 가지고 가 놓고선  


향기 없는 마음으로 

나를 사랑하고

이름 없는 이름을 안 다하여

불러주는 그 이름

바로 그대였습니다


2020.2.24  금대리 트래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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