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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가까이 있는데 왜 멀리서 향기를 맡을까

- 그대는 향기 없는 마음을 지녔다

by 갈대의 철학


꽃은 가까이 있는데 왜 멀리서 향기를 맡을까

- 그대는 향기 없는 마음을 지녔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어느 이에게 이른 새벽은

잠든 이의 마음에

꿈을 실어 나르는 양탄자 이기도 하지만


어느 이에게 이른 아침은

꿈을 좇아 떠나는 나그네의 마음이며

새벽을 깨우는 이에게는

오늘의 마음을 달래어가는

하루가 되어가기도 합니다


한 사람은

태양이 떠오르기 전

어느 꽃 향기에 이끌러

계속 먼 곳을 바라보면서

걸어오고 있었고


한 사람은

태양이 떠오르기 전

여명의 마음을 두고 어둠을 멀리하는

새벽 밤하늘에 떠있는 별자리에

길 잃고 헤맨 자의

이정표가 되기도 하며

고행의 순례길이 되어가기도 합니다


바삐 걷는 마음이라지만

설레는 마음 앞에선

누구나 쉽사리

가벼운 마음 한 두 개쯤은 지니고

살아왔었는지도 모릅니다


행여나 잠시라도

꽃향기가 사라질까 봐

노심초사하면서 까지

갈피를 잡지 못한 것은


비단,


제 생각

제 마음

제 행동뿐이지만은 아니하며

서로가 멀뚱멀뚱

이구동성 바라만 보고 서 있기를


애써 태연한 척 기다려 왔었는지

그들이 여기에

다가가는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머무는 사연이 되어가기도 합니다


그래도 제 멋에 사는가 봅니다

손이 닿을 듯 말듯한

그 꽃을 멀리하고

남몰래 훔쳐보는 마음


아주 멀리 있는 그 꽃을 따려고

작은 키에 짧은 팔에

발을 크게 도움닫기 하여

기어이 그 꽃을 따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내 마스크 한 얼굴에

코끝에 저미는 그곳을 갔다 대어

그 향기를 맡습니다


아파하지도 않으면서

나를 어여쁜 마음으로

그 꽃을 따 가지고 가 놓고선


향기 없는 마음으로

나를 사랑하고

이름 없는 이름을 안 다하여

불러주는 그 이름

바로 그대였습니다


2020.2.24 금대리 트래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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