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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Feb 25. 2020

- 땀방울

- 땀방울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태양이 숲 속 사이로 비추고

정열은 그 빛으로

열정의 땀 한 방울을 만든다


치마 바우 곁을 지나는  

빛바랜 바위의

그을림에 녹아내린 땀방울은

머리를 적시고  

찌든 더위에 이마의 미간 사이로

계곡의  협곡을 지난다


그 뒤에

또 다른 새벽이슬 마냥  

말똥구리처럼 굴리다

굴러 내려온 커다란 땀방울은  

이마의 갖은 협곡을

지나치기가 버거워서 인지

바로 눈으로 낙화된다


바닷가의 물길 속을

헤엄치듯 바닷물의 짠맛이

간간히 들어오는 것처럼

작은 땀 한 방울은

이내 곧 더위에 지친 목젖에  

작은 생명수가 된다


그다음 갈래갈래 사잇길로

나 있는 화산의 심장부인

용암의 휴식처

두 쌍둥이 봉긋 솟은 화산 분출구를

스쳐 지날 때


온몸은 사시 떨듯이 경직되어

비로소 마침내 작은 땀방울은

긴 계곡의 협곡을 지나  


숨은 비경들 사이사이로

먼 여정길에  도착하니

촉각의 끝에 한 방울이

마그마와 융합되어

전율과 동시에 몸서리 쳐진다


잠시 후 잠깐의 그늘진 휴식처에

몽롱한 의식의 사바세계를 꿈꾸듯

이내 뜨겁던 땀방울은 식어서

오로라의 환희를 느낀다


가다 서다 반복의 제자리에

늘 그곳은

미지의 세계였다

어느 한적한 길에 접어들었을 때

나를 반기는 것이 시원한 바람이었는데


그 바람에 땀방울은

한 번에 식어서 등골은

오싹하지만 새로운 오아시스가 되어

뜨겁던 갈증에

새 기운을 충전하기에 부족하지 않았고


작은 땀 한 방울이 모여   

개미들의 세상의 나래짓에

그대들에게는

이것보다 더 큰 험난한 세상이 없나니


이제는

큰 홍수의 계곡을 지나칠 뿐

내 인생은 누가 뭐래도

걷는 것이었다


주야장천 지칠 때까지

나의 빰에 흘러내린 땀이

꽤 짭짤하고 달콤하다


짧지 않은 혀로

양쪽을 누비며

핥아먹는 맛이 제법 진국이다


산이 높아야

높은 바람이 불고

계곡이 깊어야 깊은 샘이 되듯이

물이 깊어야  

배가 넓은 바다를 헤쳐나갈 수 있듯

우리네 인생사도

땀 한 방울에서  시작된다


2020.2.17 눈 내린 청계천&덕수궁 돌담길을 거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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