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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Feb 26. 2020

닫혔다

- 막혔다

닫혔다

- 막혔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하늘을 올려다보니

호암산 기슭호젓이 노닐던

옛 호랑이 발자취에 

동쪽 하늘바라보며 원망하고


비행기 날자

배 떨어지는 소리에 움츠렸던

한가로이 풀 뜯는 송아지도

놀라 달아나지 않네


제 키보다 칠 척이 넘는

기다란 나무 잣대기로

호령할 때가 그리울 때가 았어


비행기가 지날 때면

잠 못 이룬 날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고막의 진동을 울려줄 때는

나를 깨워주고 깨닫게 해 주는

노동의 대가가 무엇인지를 

삶의 터전에선 충분히 보상해주었지


비행기 떼창 소리에 맞추어

동네방네 이구동성 벌창이 되어가더라도

때론 자장가 소리들려오는

그때가 그립고 살가웠었네


지금은

그저 빈 하늘에

구름과 벗하는 새들만이

그 공간을 채우며 날아가고


어쩌다 먼 하늘만 한 번쯤

고개 들올려다보는 

습관만이 늘었네


2020.2.21 산책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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