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사(치악산 영원사)

- 영원한 마음

by 갈대의 철학
영원사 계곡

영원사(치악산 영원사)

- 영원한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계곡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더니

영원히 잠자고

얼어있을 줄 알았던

죽음의 계곡도

작은 햇살 들이치는

계곡을 침몰시켰다


계곡이 녹고 있었다

그래서 내 마음도

녹고 있을 거라 폭포수 아래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에

이미 동요되어 있을지도 모를

내 마음을 살포시 꺼내어

살며시 물속에 손을 담가 보았다


내 마음이 차가웠었는지 몰라

아님

아직도 그 긴 겨울의

아쉬움을 달래는 것인지도 모르게


단 몇 초의 진실 앞에

무너져 버린 마음

더 이상

내겐 견딜만한 용기가 앞서

나서지 못한다


냉큼 잠수한 손을 꺼내어보고

이미 손은 동상 수준으로

뻘겋게 달아올라도

시리지 못한 부끄러움이

계곡의 차가움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누가 보면

계곡 깊은 자락에 숨어

몰래한 사랑에

들켜버린 마음이었을까

영원사에 불어오는 바람소리에

풍경소리와 벗하니

이보단 더 좋을 수는 없지만


이미 나는

이른 봄을 마실 나갈 채비에

마중 나오는 치악의 산자락

양지 녁에 살포시 피어난

고개 내민 네 모습에 반해

얼른 내 마음을 감추고


홑이불 하나 걸쳐 입지 않은

숨겨둔 내 전라의 모습들

더 이상 감추고 숨길 필요가 없었다


금대계곡

2020.2.21 치악산 영원사 가는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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