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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Sep 18. 2016

산이 좋아 산촌에 산다고 하여

- 강이 좋아 낚시 드리우리이까

산이 좋아 산촌에 산다고 하여
- 강이 좋아 낚시 드리우리이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산촌과 강촌에 살고 싶어라

시간이 멈추지 않고
주어진 시간이 다가오면
나는 그대랑 산촌과 강촌에 살고 싶어라

워워워
소 치는 아이는 없어도
소 달구지 힘에 부쳐
소 마실 풀 먹이고

쌍둥이 아기 소는
딸랑딸랑 종소리에
엄마 쫒으라
눈치 볼세라

지나는 객손에
더디 가는 발걸음 멈칫하고

밭고랑 논고랑 일궈메고
논 밭 김 메우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에
곡식 심어

찾아오는 그 님 맞을 준비에
장작 패고

가마솥에 군불 지펴
따뜻한 삼층밥에

간장 한 종지
김치 한 종지에

구수한 숭늉 한 그릇 내놓으며
다정한 말 한마디 건네주고 싶어라

밭 일구어 채소 심어
황무지 개간하여
감자 고구마 옥수수 심고

산나물 뜯어
산채 비빔밥 해놓고
그 님일랑 오손 도손 숟가락 건네가며

아침에 일찍 일어나
맑은 공기를 선사해 준 그들에게 감사하고

운무에 가린 네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첩첩산중 협곡 사이로 흐르는 계곡길로
신선 마냥 찾아 헤매는 나그네처럼

울고 싶어도 울어지칠 수 있고
슬퍼도 슬피 할 수 있는 소쩍새처럼

아무리 아름다운 곳을 바라보고
좋다고 한들

아무리 좋은 곳을 바라보고
아름답다고 한들

한가로이 풀 뜯고 있는 저 소들에
네 모습 지났는지 물어 볼길 없어라


2016.5.15 섬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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