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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un 18. 2020

그러려니

- 마음을 빼앗겨도 슬퍼하지 말아요

그러려니

- 마음을 빼앗겨도 슬퍼하지 말아요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살아가는데 불편한 게 있다면

그러려니 하렵니다


봄에 새싹이 돋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고 하면

나는 이를

나의 섭리라 여기렵니다


여름에 소낙비 맞으며

따갑게 아파오면

내 안에 나쁜 마음을 비우라는

신의 섭리라

또한 여기렵니다


가을에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슬퍼하려 함은


아직도 나의 마음에

철들지 못한

어린 광대의 몸짓에


당신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에

잠시나마 마음의 위안이

미련의 마음이라 여기렵니다


겨울에 흰 눈이 

하얗게 온 세상을 덮어오는 것도

자연의 리라고 말하면


그 마음을 감추려 함은

더 이상

이듬해 다가올 봄햇살에 겨워해도

들켜버리고 싶지 않은

나의 마지막의 자존감을

지키려 함일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세상의 순리에

역행이 오더라도

언제까지 그 마음을 변하지 않게

따라가는 것이라고


진정 그대를 위한

나의

마지막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라면


그때는 그대가 나의 마음에

그러려니 하시나요 라고

진정으로 물어봐 주시기 바라요


2020.6.17 만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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