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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un 28. 2020

이곳에서 무엇을 내려놓으랴

- 이곳에서 무엇을 바라보랴

 

치악산 상원사에서의 바라본 풍경

이곳에서 무엇을 내려놓으랴

- 이곳에서 무엇을 바라보랴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이곳에 서면 하늘 맞닿아

하늘처럼 넓고 높은  마음을

가까이 다가설 수 있으랴


이곳에서 머물면 

한 줄기 흐르는 땀방울의 위엄에

산천의 마음을 닮아갈 수 있으랴


흐린 날씨 탓을 하고
비 한두 방울 떨어져

지나온 마음들이 하나둘씩 깨어나니


지난날들에 떠나온 마음의 보상인가

 번뇌의 마음 

연을 쌓여가게 만드는 의식의 행사였던가


이곳에 서면

무엇을 얻고자 함도 아니었으랴

이곳에 서면

무엇을 바라보고자 함도 아니었음을


천상에 가까운 마음

그곳이 바로 내가 꿈꾸고 바라보는

늘 마음의 고향

어머니 품속이었네


산사에 메인 몸은 스님의 발길

산자락에 은 몸은 나그네의 발길


대웅전서 들려오는

어느 노스님의 목탁 두드리는 염불소리에

고요한 아침을 맞이한

상원사의 마음도

일찍이 깨어나게 하고


구름 걷히고 마음도 걷혀가나 싶더니

깊고 깊은 산자락에 떠나온 마음이

이리도 노스님의

깊게  굴곡진 목청소리를

애잔하게 하고 울리게 하였으랴


시름에 올라온 자유를 말하리

상원사 약수 한 사발을 들이켜면

내면에 깊게 파인 돌덩어리 된 마음들

그늘 저편에 드리워진 고름진 응어리도

목젖으로 넘어 녹 여가 드오


내리 내쉰 한 숨에

이 깊어가는 고요한 산사에 들려오는

숲 속 향연들의 소리는

밤이슬 맺혀 떨어진 소리에 적막을 깨운다


작은 한 햇살에 녹아내린 마음도
속세로 떠날 채비에
가벼워진 발걸음이 나를 반기고


한 고개 두 고개

넘나들던 고갯마루마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어느 이름 모를 산새의 지저귐 소리들


어느새 내 마음

속세의 그림자를 마주하며

비로소 웃을 수 있었더라


이 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 순간보다 더 아름다움이 있었던가


매 순간의 마음

매 순간의 아름다움이여

그곳을 떠난 후

너를 알았다는 사연은 모두 잊혀간다


늙은 스님 받아소서

해탈의 경주에 경외를 청 하옵니다


당신의 애달픈 눈을 바라보던 마음을

이제야 기다리게 하던

혜안의 마음으로  바라보게  것이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이미 마음은 내 것이 아닌

사바세계의  마음을 떠나보내는 마음이

그리 오래되지 않는 머물지 않는 마음이었네



선비와 구렁이와 꿩의 전설 보은의 종


2020.6.27. 치악산 상원사 가는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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