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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ul 03. 2020

소쿠리

- 또아리 된 댕기머리

소쿠리

- 또아리 된 댕기머리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주섬 주섬 댕기머리

똬리 틀어 얹혀놓은 소쿠리에

그리 담으소서


댕기머리 또아리 매듭지어

소쿠리에 하나 가득

마음도 담고서


하루 종일 밭 일궈놓을세라

삼시세끼 자식들 굶길세라

머리 풀어헤칠 새도 없어라


이제야 저제사

한시름에 마음 놓을 새도 없이

소쿠리에 하나 가득

사랑 담아 정성담아 온길


머리에 이고 지고 가시는 발길은

또랑 길이 아리랑길 되어

못다 한 사연 들어주는 이 없어도

시집올 때 마음이었던가


다음날 다음 날에도

땡볕에 소쿠리 그늘 아래 맺힌 이슬은

또아리 연줄에 타고 내려오네

알알이 눈물 되듯 흐르네


님 계신 논두렁 밭두렁 길에

조심히 또 조심히

우리 엄니 새참 날으셔라


땡볕에 시원한 냉채 국이

미지근한 국이 되었어도


엄니

너무 시원하고 맛있어라


옛 손길에 묻어난

손맛 타는 마음을

저 덧없이 흘러가는 구름일이랑 알겠소

2020.6.28. 치악 금대리 트래킹 50리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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