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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Oct 04. 2020

천상(天上)

- 아름다움

 

영원사 가는길에서


천상(天上)

- 아름다움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아름다움을 멀리하는 것은

천상을 멀리하는 것과 같고


아름다움을 볼 줄 모르는 것은

천하의 일이로세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은

그것의

아름다움이 없다는 거와 같고


아름다움의 물결은

항상 고요하지만 않으며

그 고요 속에서

참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니


아름다움이 내게 있어

그대의

아름다움을 말하려는 것은


그대의

아름다움의 생을 다하여서 

빛을 말하기보다는


아름다움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때론 부자연스러울 때가

그대의

아름다움을 논 할 수 있으니,


저 구름 사이로 뚫고 나오는

저 햇살 너머에

또 다른 햇살을 반겨주고

나를 따뜻하게 감싸준다고 하여,


그 아름다움을

진정

아름답다고 할 수가 있겠는가


그대여

한줄기 졸졸 흐르는 시냇물이

쉬어가는 목젖을 타고

넘나들지 못한다 하여

슬퍼하지도 괴탄 하지도 말아라


그대여

천상에서 한 나비가 내려와

꽃 속에 파묻히고

꽃 밭에 눈이 내리고


네 나래짓의 날갯짓에

눈을 털어 내어 날아갈지라도

서럽고 아름답다고도 하지 말아라


그 고운 날갯짓의 퍼드덕거림에

향기가 멀리 날아 갈지 몰라도

향수를 맡을 수가 없는 거와 같이


그 자리를 못내 아쉬워

떠나지 못하는 것처럼


아름다움은 곧

그대의 마음에서 시작된다면


나는 마치

샘의 근원을 찾아 나서는 

마른 칼리하리의

갈색하이에나가


왜 사막에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해하지도 알고 싶지도 않을 뿐이다



2020.10.2 치악산 영원사 가는 길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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