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의 마음

- 단풍에 물든 마음

by 갈대의 철학

덕수궁의 마음

- 단풍에 물든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경운궁에 달빛 드리운

선홍 핏빛에 물든 단풍에


가을 낙엽 떨어질까

달빛에 비춘 두려움

이제야

네 지난 발길 찾아 떠나와


따뜻한 선홍빛에 물든

봉선화 꽃 물들이고

어느 따뜻한 날

네 봄날은 어디로 떠나갔을까


아직도 그날에 잊혔던

네 주검 앞에 불타오른 마음은

동녘에 떠오른 달을 사모하였네


연못가 떨어진 낙엽들

고요한 숲에 움츠린

달빛에 숨은 어둠의 그림자여


술을 거나하게 드셨냐

달빛에 이리저리 흔들린

들어올 때 길을 알고

나갈 때의 대문을 열어젖히니


밤사냥은 지칠지 모르고

달빛 어린 연못가에

달그림자 내비친 그림자에

내님 인양 사모한 마음만을

보쌈지기이고 가던 마음이련가


어둠의 그림자여

덕수궁 돌담길을

제 집도 아닐진대


마치 제집 인양 드나들고

바람 가르듯

달빛도 가르려고

어디를 그토록 새벽이 오기를

두려워야 하는가


꼭 꼭 숨은 머리털

숨바꼭질에

머리에 이고 지고 가던

족두리가 백일홍에 벗겨져


꽃이 피고 꽃이 지고

마음 피고 마음 지는 것은


어쩌면

너를 위해 지새 오던

백일 간의 치성된 사랑이

못다 이룬

하늘의 치성을 위한 마음이었네



2020.11.17 덕수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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