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눕다

- 바람에 눕다

by 갈대의 철학

하늘에 눕다

- 바람에 눕다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하늘 속 바다 위를

흰나비 날아들고

하늘 속 구름 따라

하늘 아래 뉘었네


솔솔 불어오는 바람에

이고 지는 능수버들 따라

저 물길도 굽이치리


흘려 들고 산들 한들

불어 마지않는 봄바람에

태초의 애고적 향수는

그대 것이 아니었다네


향추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누어보라


다시 돌아보며 있을

벗 한 먼 발취의 발길은


떠나온 지 옛 길 접어

메마른 헌책 속의 이야기가

기나긴 밤 동지섣달

설화로 남기듯 하니


흰꽃을 멀리 한 채

네 곁에 둔 제 몸의 잉태에

그늘져 벗어나려 함을


어느 날에

곳간에 인심이 후하다 하여

세간살이에 바람 잘나 없다던


어릴 적 기억 저편 너머에는

봄바람 따라 흐르는

저 물길 따라 꽃잎 위를

거닐듯 하다


오래된 마음의 미명은

작은 남폿등의 불 밝힘에도

풍진 따라 지나버린


대궐의 그 창궐함의 웅장함도

그 빛을 잃을세라

여력이 없나니


그녀의 작은 숨소리에 숨겨 둔

가느다란 떨림은

유세에 갈 곳 잃어

마지않았었다네


하늘을 잃어버린

저 날갯짓에 손짓하는

아직도 눕지도 않는

내일이 있을 거라 바라다보며

비할 데 없는 슬픔 앞에

오늘도 저 서슴없이 떠있는

머슴 같은 하늘에 눕다


기나긴 허울 좋은 벗 삼아서

세월 앞에 가린

행운유수 따라 흘러 떠나는 슬픔은

언제나 기다림 앞에

미더워 없어라


바람이 불고 바람 따라서

네 날갯짓할 때

나는 바람에 누워 떠나리


꽃눈이 흩어지고

꽃눈 속에 내려와

봄비에 젖어서 갈 곳 잃은

나의 어린 마음은


지금 쯤

어디서 배회를 할까나


2015.5.27 중봉 가는 길에서

2020.12.30 섬강 달 떠오르는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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