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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Mar 20. 2021

불어라 봄바람

- 봄의 태생

불어라 봄바람

- 봄의 태생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그해 기나긴

겨울 이겨내 태어난

찬 서리 견디고 피어난 꽃 한 송이


따뜻한 햇살 한 줌에 겨워 훈풍에 놀라 

 겨울잠에서 깨어 활짝 핀

모습도 

잠시 반길세라


봄바람에 너도 떠는구나


나는

네 작은 흔들림에 피어난

안쓰러운 마음에 동요되어 떨려본다


그럼 우리는

서로의 위안으로 다가서게 되고

작은 봄바람에 사시나무 떨듯

갈대밭에 불어오는 바람을

맞아 들일수 있다


봄바람이 불어준

작은 선율의 흐느낌에

이리저리 나부끼며 춤을 추는 

흔들리는 갈대와는 달리


작은 노랑나비의 날갯짓이

더 힘겨워야 할 봄의 태생을 알릴

기꺼이 너는 나에게

내가 이 자리에  피어나야 할

이유를 가르쳐 주었다


심술쟁이 봄바람이 아니더라도

변덕스러운 네 마음이 그리 달갑지 않지만

애처롭게 다가설 수밖에 없는

현실의 네 처지를 비관해서는 안된다


불어라 봄바람아

소리 없이 내 지르는 너의 입김에

아니 흔들릴 꽃이 어디 있으랴


그래도 또다시 인내의 고귀함을

해마다 잊을세라

늦지 않게 찾아 반겨주고 

너의 의미를 되새겨 준

너를 고맙고 잊지 않으려 하는다


영원히 약속해줘

힘들어도 내년에도 다시 이 자리에서

기약 없는 약속이라도 좋으니 

너의 너스레 한

말벗이라도 되어줄 수 있다고 말이다

2021.3.20 둔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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